효소 - 생명을 작동시키는 작지만 강한 분자기계 DEEP & BASIC 시리즈 7
폴 엥겔 지음, 최가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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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이나 세제 등의 화학제품, 생물학책 등에서 많이 접해서 익숙한 단어인 '효소'. 그런데 효소가 무엇이냐고 정의를 내려보라고 하면 어려워요. 이 책은 효소학의 권위자인 폴 엥겔이 효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지식을 압축적으로 담았어요.


효소는 작은 단백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생명체 내부에서 특정 화학반응의 속도를 수백만 배나 높여주는 일을 한다고 해요. 체내 효소들은 팀을 이루어 DNA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것까지 우리가 생명 활동이라고 여기는 많은 과정을 이루어 내죠. 또 빨래와 같은 일상 속 화학작용부터 신약 개발, 폐기물 처리 같은 산업적인 응용까지, 생체 바깥에서 화학과 생물학이 만나는 일들에 폭넓게 관여하기도 한대요.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1장은 생명 활동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기본적인 화학지식과 생화학의 짧은 역사를 설명해요.
2장은 효소가 하는 촉매작용이 무엇인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열역학·동역학적 원리는 무엇인지 알려줘요.
3장부터 본격적인 효소 강의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3장은 효소의 구조와 화학적인 성질을,
4장은 촉매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5장은 효소가 하는 다양한 역할들을,
6장은 효소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설명해요.
7장부터는 효소의 응용에 관해 다루고 있어요.
7장은 의학 분야에 초점을 맞춰 병을 일으키고 치료하는 효소에 대해 알아보고,
8장은 화학산업, 농축업, 폐기물 처리 등의 분야에서 쓰이는 효소를 살펴보고,
9장은 유전자 혁명의 핵심에 자리한 효소의 역할과 작용 기전을 밝혀요.


효소는 촉매작용, 즉 어떤 화학반응이 더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 일을 한다고 해요. 촉매란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이면서 그 자체는 반응이 종료된 후에도 원래 상태 그대도 있는 물질이에요. 촉매는 변하지도 소모되지도 않아 끝없이 재사용이 가능하기에, 백금이 값비싼 금속임에도 백금 촉매가 200년 넘게 애용되고 있는 까닭이라고 해요.


효소는 단백질이에요. 모든 단백질 분자는 단위 아미노산들이 일정한 순서로 나열돼 이뤄져요. 이 일차 구조는 스무 가지 R기 선택지 중에서 그때그때 딱 맞는 것을 골라 이어 붙여 만들어지는데, 어느 아미노산이 어디에 들어갈지는 DNA 염기(G, C, A, T) 암호로 유전자에 이미 새겨져 있다고 해요.효소 촉매작용에는 기질 특이성(효소가 기질로 받아들일 분자를 몹시 까다롭게 고름)이 있어요.


효소는 고순도로 분리되기에 의학에서는 진단 시약이나 치료제로 널리 활용되고 있어요. 효소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사용되는데, 세탁을 돕고, 먹거리를 만들고, 농축업과 쓰레기 처리 등을 도와요. 이런 효소 응용 사례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효소가 기질을 더 작고 물에 잘 녹는 분자로 분해하는 가수분해 반응이라고 해요.


코로나19 진단 방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은 작은 DNA 조각을 어마어마하게 증폭시키는 신기술로, 핵심은 DNA 중합효소에요. 이 효소는 짧은 프라이머에서 출발해 단일가닥 주형을 가지고 길다란 이중나선 DNA를 엮어내요. 크리스퍼 시스템은 박테리아의 방어기제과 관련 있어요.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면 박테리아는 크리스퍼를 사용하여 바이러스의 DNA 조각을 잘라내요. 이것은 특정 위치에서 DNA를 자르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유전질환 치료에 사용될 수 있으나 윤리, 법 규정 면에서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책이 어려웠습니다. 아마 효소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중간중간 이해를 돕기 위한 글 상자, 표, 도판 등이 있어 그나마 이해가 쉬웠고, 책 덕분에 효소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략적인 것은 알게 되었어요. 저자는 효소를 알게 되면서 생화학의 세계까지 관심을 가지기를 바랐을 것 같은데, 제가 아직 그릇이 작아서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네요. 막연히 '효소'가 좋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왜 그런지 깊이 따져 묻지 않았던 저 자신에게 조금 더 깊은 사고를 하려면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과학자를 보면 질문하고 답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실패도 많이 하잖아요. 그 실패들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분들 덕에 효소의 화학 구조부터 물리적 성질, 작동 원리까지 알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앞으로 효소는 어떻게 새롭게 사용될지 궁금해지네요.

효소에 관해 과학적인 지식을 얻고 싶으신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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