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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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범죄자가 되는 길이 닦여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엉망진창인 가정에서 착실한 아이로 자라는 게 이상한 일이다. 다마가와시 남부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상하 관계가 뚜렷하고 거기서 벗어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중학생이 되어 길을 잘못 든 아이는 선배들에게 '칸파'라는 상납금을 낸다. 칸파는 부모 지갑에 손대는 정도의 귀여운 행동으로는 절대 메울 수 없는 액수다. 결국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날치기를 하거나 사찰의 새전함을 털고 , 이윽고 공갈이나 빈집털이 같은 짓까지 하다가 결국 경찰에 체포되곤 한다. (55-57쪽)

마녀는 탑에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외쳤습니다. "라푼젤, 라푼젤, 네 머리카락을 내려 주렴!"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금실로 자아낸 것처럼 길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누나는 불쌍한 아이를 보면 자기 머리카락을 내려서 탑 위로 끌어올려 준다고 해."

"라푼젤이 분명 도와줄 거야. 저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그 뒤로는 아무도 데려갈 수 없어. 저긴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장소야." (210-211쪽)

다마가와 강을 경계로 도쿄와 인접해 있는 다마가와시, 공업지대의 굴뚝과 공해, 유흥가를 지배하는 조폭과 깡패들, 위험하고 더럽고 무서운 동네. 이곳 출신 성공한 사업가가 이런 이미지를 탈피시키려고 전망탑을 세웠다고 한다. 원래 이름이 베이뷰 타워이지만 라멘 사업으로 성공한 사업가 때문에 '라멘 타워'라고 불린다.

안타깝고 슬프다는 말로는 어떻게 설명이 되지 않는 이야기, [전망탑의 라푼젤]이다.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 이야기, 어떻게든 그 아이들은 구해내고 싶은 마음...... 금빛 머리카락을 내려주어 불쌍한 아이들을 올려준다는 바벨탑처럼 높고 높은 새하얀 전망탑은 아무런 말이 없다.

더럽고 추악한 도시의 이면과 그 구덩이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아이들.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 이국적 외모를 가진 카이, 조폭 애인과 헤어진 어머니는 술로 연명한다. 친오빠에게 몹쓸 짓을 당한 뒤 오빠 친구들의 성적 노리개로 살아가던 소녀 나기사. 결국 집을 나온 나기사는 중학교 동창인 카이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카이와 나기사는 전망탑 근처를 혼자 배회하는 미취학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하레'라고 이름을 지어준다.

나기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이토록 잔인하고 더러운 것이 인간의 본성이었던가? 어릴 때 가정에서 방치와 배고픔, 폭력 등으로 심신이 미약해진 아이들은 거리로 나오고, 이런 아이들을 최대한 찾아내 보호하려는 아동보호소의 직원들. 그러나 이들 또한 부모들의 폭언과 폭행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일상에 내재된 균열을 파악해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파고 드는 우사미 마코토, 이 세상의 약자로 살아가는 카이, 나기사, 하레를 조명하며 더럽기 짝이 없는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준다.

베이뷰 타워 전망탑은 가난과 폭력에 지친 아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충격과 반전의 연속인 우사미 마코토의 걸작 [전망탑의 라푼젤]. 구원은 이루어질 것인가?

해당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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