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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행복철학
팀 필립스 지음, 정미현 옮김 / 빅북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철학 서적에 가까울 줄 알았는데 자기개발서에 해당하는 책인 것 같다.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은 철학자이자 논리학자, 수학자이다. 영국의 명망 높은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논리적인 사고에 단련되어 왔고, 관신을 가지고 깊이있게 연구했다고 한다. 분석 철학 등의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1950년에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그는 각종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평생을 일관된 신념을 가지고 평화와 자유 질서에 위배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하며, 그 생각을 강하게 실천해 옮겼던 그는 결국 베트남전쟁 등을 반대하며,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책은 러셀이 주장하는 ‘행복’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원래 러셀의 주장은 논증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 그냥 이해하기에 조금 난해한 점이 있다고 한다.
러셀은 어린 시절 자살 충동을 느낄만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나 수학을 공부하면서 앎에 대한 열망과 몰입이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 준 치유제가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고, 그 때 러셀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의 이유가 그곳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에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향한 러셀의 조언도 담겨 있다. ‘뭘 써 보겠다고 애쓰지 말라. 차라리 쓰지 않으려고 애 써 보라. 세상 속으로 나가 해적이 되든 보르네오 섬의 왕이 되든 러시아 노동자가 되든 하라.’ 이 글을 통해 그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주장을 하려거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거기에 담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크게 공감이 된다.
또한 러셀은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삶에 대해 꼬집고 있다. 얼마 전 친구에게서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회사 일을 밖에서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각종 사교 모임에 끌려 다니면서 가족이나 자신의 취미 등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일과 생활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러셀이 여기서 말하려는 바는 자기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이므로, 일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일을 바꾸든 자기자신을 바꾸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러셀은 또한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자극 과잉 상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현대인들의 삶에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다. 100년 전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본다면 기절 초풍하고도 남을 일들이 도처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삶이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환경 속에서도 수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과 무미건조함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러셀의 말처럼 ‘후추를 너무 많이 먹어버려서 아무리 후추가 만힝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후추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러셀은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가 찾아왔을 때는 그 문제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내버려두고 한참이 지나 다시 그 문제를 꺼내보면 이미 해결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이 당장 꼭 해결해야할 문제를 회피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하는 걱정들 중에는 해도 소용없는 걱정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말처럼 생각된다.
‘사람들 대부분은 기회를 알아채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왜냐하면 기회는 작업복 차림을 하고 있어서 일거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라는 토마스 에디슨의 말이 이 책에 인용되어 있다. 가끔 아주 힘들 때, ‘이건 나에게 찾아오는 새로운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인생의 전환점이 왔을 때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의 경험들이 시련이자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에 표시를하며 읽었는데 정리하고 보니 꽤 많은 내용이 나왔다. 구태의여난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수십년 전을 살았던 대철학자의 메시지는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