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리랑 - 쿤밍 홍타에서 평양공단까지 남북 교류협력의 생생한 증언
김경성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츠는 최초의 그리고 최후까지 지속될 가장 좋은 교류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주요 언론에서 큼직하게 다룬 것 외에도 남묵한의 스포츠 교류가 여러 건 있었고, 그러한 교류가 있기까지 누군가의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중국 쿤밍에 훙타 스포츠 센타를 설립하여 북한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한편, 남북의 축구 선수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북측 사업 파트너인 강경수 씨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함께 술을 마시면 손잡고 홀로 아리랑을 불렀다는 그들... 금강산 관강객 피습 사건, 광명성 발사 사건, 천안함 사건 등을 겪으면서 주변의 스폰서들과 사업 파트너들이 모조리 떨어져 나가고 단둥 축구화 공장에서 우여곡절끝에 생산된 아리축구화 판촉 행사를 할 때 저자의 심정이 이 노래 가사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북사업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한가지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저자의 추진력과 집념에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집념과 추진력은 저자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결과는 그 사람이 그 일에 임하는 자세에 달려 있고, 그 자세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고 목표가 다르면 실천에 대한 생각의 틀 자체가 달라지고, 결국 그것이 결과로 연결되는 것 같다. 성패를 떠나 ‘내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뼛속에서 느껴질만큼 열심히 한다면 그것 자체로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셀의 행복철학
팀 필립스 지음, 정미현 옮김 / 빅북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철학 서적에 가까울 줄 알았는데 자기개발서에 해당하는 책인 것 같다.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은 철학자이자 논리학자, 수학자이다. 영국의 명망 높은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논리적인 사고에 단련되어 왔고, 관신을 가지고 깊이있게 연구했다고 한다. 분석 철학 등의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1950년에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그는 각종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평생을 일관된 신념을 가지고 평화와 자유 질서에 위배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하며, 그 생각을 강하게 실천해 옮겼던 그는 결국 베트남전쟁 등을 반대하며,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책은 러셀이 주장하는 ‘행복’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원래 러셀의 주장은 논증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 그냥 이해하기에 조금 난해한 점이 있다고 한다.

러셀은 어린 시절 자살 충동을 느낄만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나 수학을 공부하면서 앎에 대한 열망과 몰입이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 준 치유제가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고, 그 때 러셀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의 이유가 그곳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 책에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향한 러셀의 조언도 담겨 있다. ‘뭘 써 보겠다고 애쓰지 말라. 차라리 쓰지 않으려고 애 써 보라. 세상 속으로 나가 해적이 되든 보르네오 섬의 왕이 되든 러시아 노동자가 되든 하라.’ 이 글을 통해 그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만의 주장을 하려거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거기에 담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크게 공감이 된다.

또한 러셀은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삶에 대해 꼬집고 있다. 얼마 전 친구에게서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회사 일을 밖에서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각종 사교 모임에 끌려 다니면서 가족이나 자신의 취미 등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일과 생활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러셀이 여기서 말하려는 바는 자기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이므로, 일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일을 바꾸든 자기자신을 바꾸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러셀은 또한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자극 과잉 상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현대인들의 삶에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다. 100년 전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본다면 기절 초풍하고도 남을 일들이 도처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삶이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환경 속에서도 수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과 무미건조함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러셀의 말처럼 ‘후추를 너무 많이 먹어버려서 아무리 후추가 만힝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후추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러셀은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가 찾아왔을 때는 그 문제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내버려두고 한참이 지나 다시 그 문제를 꺼내보면 이미 해결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이 당장 꼭 해결해야할 문제를 회피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하는 걱정들 중에는 해도 소용없는 걱정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말처럼 생각된다.

‘사람들 대부분은 기회를 알아채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왜냐하면 기회는 작업복 차림을 하고 있어서 일거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라는 토마스 에디슨의 말이 이 책에 인용되어 있다. 가끔 아주 힘들 때, ‘이건 나에게 찾아오는 새로운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인생의 전환점이 왔을 때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의 경험들이 시련이자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에 표시를하며 읽었는데 정리하고 보니 꽤 많은 내용이 나왔다. 구태의여난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수십년 전을 살았던 대철학자의 메시지는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
김동진 지음 / 참좋은친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헐버트라는 이름을 예전에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단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른 선교사들처럼 종교인으로써 미계한 조선을 계몽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 땅을 찾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책의 소개글을 보면서 그의 독립 운동 이력에 눈길이 갔다.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써 신변에 위협이 따랐을텐데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순수한 사랑으로 약소국의 도긻 운동을 돕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대단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인격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그가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젊은 헐버트는 국운이 쇠퇴해 가는 조선으로 건너 와 선교와 함께 교육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조선인들에게 서양 문물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조선에서의 생활이 길어지자 그는 점점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조선인과 조선땅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당시 뜻은 원대했으나 정치적 세력이 부족했던 황제 고종은 헐버트와 가까이하며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에서 헐버트의 도움을 받게 되고, 헐버트는 고종을 볼모로 잡아두려는 대신들로부터 그를 지켜내기도 하고, 일제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라는 고종의 밀명을 받은 특사들을 암암리에 돕기도 한다. 또한 일제가 강탈해 간 고종의 내탕금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어느 일본인이 경천사 10층 석탑을 뜯어다가 자신의 사택 마당에 옮겨놓은 사건을 알고 그것을 꼬집어 비판하여 결국 석탑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일제의 토지조사계획에 의해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조선인들을 위해 자신의 명의로 그들의 부동산을 매입한 후,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그 집들을 그대로 원 주인들에게 돌려주기도 하였다. 또한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고종과의 약속을 져버리고 일본의 만행을 모른척한 루즈벨트 대통령을 꼬집어 비판하면서 일본의 조선 침탈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를 알리는 글을 끊임없이 언론에 기고하여 조선 독립을 위해 힘썼다.

그 밖에도 한글과 조선 역사 등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헐버트는 한글에 관한 논문을 쓰고, 상고사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우리 역사를 집대성한 책을 출판하였고, 조선인들의 교재로 여러 분야의 기초 상식들이 총 막라된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업적들이 있지만, 그 어떤 업적들 보다도 그가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선인의 후손으로써 고맙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헐버트의 둘째딸은 어린 나이에 병으로 사망했는데 당시 고종의 밀명을 수행하고 있던 헐버트는 둘째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그의 부인은 그 후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한다. 부인의 입장에서 봣을 때, 자기 나라도 아닌 극동의 작은 나라에 미쳐 가정도 돌보지 않는 남자가 야속햇을 법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놀라운 점은 헐버트가 조선인이나 조선 문물에 대해 무척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조선에 온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한글을 모두 깨우쳤고, 그 우수성을 꿰뚫어 보았으며, 조선 역사에 관해서도 과거에 조선인들이 저술한 여느 역사서에 못지 않은 방대하고 자세한 내용을 담아 편찬하였다. 심지어 그가 저술한 역사서에는 과거에 대마도가 조선의 지배 관할 하에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어 오늘날 한일 관계에서 격는 독도 문제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도 등장한다. 게다가 그는 조선인에 대해 일방적으로 좋은 면만을 말하지 않고, 장단점을 고루 이야기 하였는데 그 장단점이 당시 일제의 침탈에 힘없이 무너졌던 조선사회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교사였으며, 학자였으며, 계몽운동가였으며,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헐버트... 한국을 너무 사랑했던 그는 소원대로 지금 이 땅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그의 노력이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보기 이전에 그의 조선에 대한 사랑에 깊이 감사하고 그 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여자’라는 말과 연관되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어머니’, ‘아름다움’, ‘사랑’ 등의 부드러운 단어가 연상된다. 그런데 이 소설은 한명의 남성 특무상사와 다섯명의 여병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욕망이 부른 가장 큰 비극 세계대전은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길러야 할 여성들을 전쟁터로 내몰고야 말았다. 실제 참전 경험이 있는 보리스 바실리예프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다섯명의 여성들은 제각기의 사연을 가지고 2차세계대전 독일과 러시아의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슬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특무상사와 그의 아름다운 아가씨 병사들은 유쾌한 해학과 위트를 보여준다. 여자와 술 때문에 골치아픈 남자 군인들에 대해 불평했더니 이번엔 여자들이 왔다고 한 숨쉬며 불편해하는 특무상사, 그런 특무 상사를 짓궂게 놀려대는 아가씨 병사들... 독일군 수색 임무를 부여받아 전장에 투입되는 특무상사 바스코프와 여인들... 주인공들이 끝까지 죽지 않는 해피엔딩 엑션 영화와는 달리 처음부터 이들의 죽음은 정해진 수순처럼 하나씩 찾아오게 되고, 죽음과 함께 회상으로 처리되는 그녀들의 과거는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처럼 아름답고 안타깝다. 고아로 버려져 천덕꾸러기로 살다가 결국 전장에서 안타까운 삶을 마감하는 여성, 폭력적인 아버지와 병 든 어머니, 답답한 시골 생활에 지쳐 있다가 새로운 꿈을 품고 도시로 나온 후, 의도하지 않게 전쟁에 휩쓸려버린 여성, 홀로 남겨질 어린 아들 걱정에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하고 한스러운 생애를 마감한 여성 등 그녀들의 죽음을 통해 전쟁의 아픈 상처가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치열한 전쟁을 다룬 소설의 제목이 고요한 노을이라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후손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제목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만들고 있다. 비극의 여주인공들이 잠든 땅...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러 그 때의 상처가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의 비극은 역사적 증언으로 매체에 기록되어 있다.

아마 전쟁의 상처가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를 통해 동족 상잔의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당시의 슬픈 역사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6.25 전쟁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에도 인민군 중에서는 여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참전한 사람이나 참전하지 않은 사람이나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여성들이 참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 상황은 변하지만, 상처는 영원히 남는다.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는 인류의 과오를 되돌아보게하는 아픈 상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의 행복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들어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자기개발서의 제목에 ‘행복’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책도 제목만 봐서는 무슨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이라고 하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네 명의 여자의 각기 다른 삶과 고민을 통해 우리에게 여자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었다.

나기코는 온순하고 선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그녀를 더없이 사랑하는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신체적 문제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점과 고등학교 때 처음 사귄 대학생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부부관계를 할 수 없어 남편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나기코보다 더 가슴아픈 것은 나기코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 같다. 자식에게 정상적인 몸을 물려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위에 대한 미안함,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나기코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사위 앞에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키코는 속도위반으로 딸 아이를 가지고, 연하의 남편과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렸다. 무심한 남편과 하루 종일 자신을 괴롭히는 딸, 답답한 시골생활에서의 탈출을 위해 그녀는 블로그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에 악플러가 등장하여 그녀의 가상세계에서의 삶을 뒤흔들어놓게되고 그녀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와 동시에 딸 아이 나쓰미가 발열과 반점을 동반한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게 되고, 병원을 찾아 헤매다 이웃사람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현실의 삶에 무관심했었는지 블로그에서 자신이 자랑한 삶이 얼마나 가식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답답하고 무례하다고만 생각했던 이웃 사람들의 친절에 감동하면서 그녀는 블로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솔찍한 심경을 토로하고 앞으로의 활기차고 진솔한 삶을 다짐한다. 심심할 때마다 가끔 웹서핑을 하는 나는 여러 블로그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 적이 많은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이런 블로그들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스키코의 변화 과정은 그동안 내가 온라인상에서 익명성에 기대어 보여주었던 모습들에 대해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독신녀 세이코는 늘 자신만만하고, 실패의 경험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커리어 우먼으로써 비교적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해 나가지만, 자유롭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포기할 수 없어 연인을 떠나보내고는 혼자라는 외로움에 가끔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어머니 사키코의 가장 중요한 의논상대이지만, 자신이 어머니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해하기도 한다.

어머니 사키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심히 살아온 엄마의 전형이다. 한평생 세명의 딸과 남편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녀들이 모두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안정된 삶을 이룬 후에는 그동안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아쉬운 생각이 든다. 딸과 이모의 집으로 느닷없는 가출을 해서 무뚝뚝한 남편에게 귀여운 시위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걱정되어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 들러 청소를 해주는 모습이 말과 행동보다 훨씬 따뜻한 그녀의 성품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네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나는 사실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를 정확히 깨닫지 못했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행복은 정의내릴수도 없고,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지도 않지만, 그리 먼 곳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