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백자 - 다산의 아들 유산의 개혁과 분노, 그리고 좌절
차벽 지음 / 희고희고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다산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라기에 흥미가 생겨 읽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다산 정약용의 아들 유산 정학연에 관한 이야기다. 펙션에 해당하지만, 시대상을 너무 잘 반영하고 있어 꼭 진짜 일어났던 일처럼 느껴지는 소설이다. 다산의 호에 ‘다’가 차다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집안 대대로 차와 인연이 깊어 보인다. 다산처럼 화려한 청 장년기를 보내거나 거대한 개혁에 의지가 강하지는 않았지만, 올곧은 신념을 지닌 유산은 무너저가는 조선의 사기 기술을 일으키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가 않다. 조선 사회에 뿌리 깊이 만연한 부패와 무기력의 그늘이 그가 일하고 있는 사옹원 분연이 사기장들에게도 넘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조카 방산의 도움을 받아 일본에 발전된 사기 기술을 들여오려고 노력하지만, 조선 사기장들의 텃세와 비협조적인 관료들의 행태가 그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도록 만든다. 결국 조선 사회 붕괴의 도화선이 되었던 혁명의 불씨와 맞닿아가는 결말부를 보면서 그 뒷 이야기가 나왔더라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진 소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했었는데 중간 중간에 흑백의 풍경화가 책을 읽다가 함 숨 돌리고 조용히 내용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 같다. 과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느낌으로 차를 한 잔 앞에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더불어 김주영 선생님이나 김별아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우리 말의 특징을 잘 반영하면서 운율에 맞게 쓰여져 있어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되짚어 읽어보게도 되엇다. 하지만, ‘무연하다’등의 단어가 너무 자주 사용되어 생소한 단어가 자주 사용되니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소설 읽기의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발로 뛰며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한다. 일본까지 다녀오면서 쓰여진 소설 답게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서 그들을 위해 사기를 만들어야 했던 조선인들의 애환이라던지, 당시 일본 사기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 조선일과 일본인의 성격적 특성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놓은 내용이라든지 디테일이 엿보이기도 한다. 또한 방산과 일본의 피로 사기장의 후예인 향이와의 사랑 이야기라든지, 독특한 캐릭터인 장취몽에 관한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다산이 생각 날때면 어디 한 페이지를 펴서 읽어보면 책 내용 전체가 주르륵 떠오를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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