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연인들
김대성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과 소개글만 봤을 때는 약간 딱딱한 내용의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현대일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햇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읜 1990년대쯤의 울산 장성포다. 내가 살고 잇는 곳과도 그리 멀지않은 친숙한 장소, 친숙한 시간이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고래다. '울산 고래축제'에 대해 들어본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탄성을 터뜨리게 된다. 그런데 왜 작가는 서문에서 시종일관 자신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 것일까? 다 읽어보면 해답이 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인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이 이야기는 고래의 이야기이고, 고래와 아니, 자연과 교감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새벽 5시에 읽기 시작해서 아침 10시까지 숨도 쉬지 않고 읽은 것 같다. 새벽의 분위기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책이다. 거기다 어디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끈적끈적하고 짠 바람이 부는 곳에서라면 이 책은 더이상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가 될 것이다.
한 수녀가 교화를 위해 만난 죄수에게 겁탈당할 뻔 한다. 노처녀 다큐 피디인 이혜수는 울산으 ㅣ고래잡이를 취재하러 갔다가 그 악물같은 죄수와 맞닥들인다. '그는 어둠이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첫인상이 가히 무시무시햇을테다. 그가 백광수이다. 이혜수는 백광수의 불법 고래잡이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백광수 일행으로부터 바다에 수장될 뻔 한다. 그러나 선장과 백광수의 선처에 무사히 육지로 돌아오게 되고, 그 다음날 백광수의 집에서 농약을 먹고 죽은 천분희와 혼수상태에 빠진 백광수의 아버지 백장우를 발견하게 된다.  장성포 최고의 고래잡이 백장우는 자연인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그의 과거가 드러나기 전까지 그는 오로지 동물적인 욕망만을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사람 같다. 배고프면 먹고, 여자가 그리우면 유곽을 찾고, 돈을 벌기 위해 고래를 잡고, 그 돈으로 일수놀이를 한다. 그에게 대항하는 사람이라면 설령 자식이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는다. 거의 금수에 가깝다. 이혜수의 눈에 아들 백광수 역시 비슷한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도 남들이 모르는 과거가 있었다. 이 소설은 거의 대부분이 그들의 과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후반부 까지 그들의 과거를 따라가 모든 것을 알고나면 독자의 마음도 눈녹듯 녹아내린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그들의 천인공노할 악마같은 행동들이 모두 이해되고, 모두 용서된다. 그리고 심지어 감동적이기 까지하다.
무언가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소설을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나는 재미와 감동에 가슴이 벅찬 것을 느꼈다. 백장우와 백광수, 천분희는 가장 순수한 형태로 서로 사랑했으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평생을 쫓아다녔떤 넓은 바다와 그 넓은 바다를 아름답게 누비는 고래들에게서 온 것이 아닐까? 고래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를 이토록 절묘하게 연결시킨 작가의 역량이 다시 한 번 놀랍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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