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합창단에서 노래하곤 했다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바움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짤막한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번역된 소설들이고, 저자의 생각이 일반적이지 않다보니, 내용이 난해한 면이 없지 않지만, 한 두 작품을 읽고 나면 이 저자의 스타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지고, 쉽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 17개의 단편을 모두 읽고 처음에 흐름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앞부분 두 작품을 다시 읽고나니 작품이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모자를 꽉 잡아'에서 주인공은 갑자기 모자가 하늘로 날아가자 무심결에 모자를 붙잡게 된다. 그런데 모자를 잡아서 자신의 머리에 쓰지 못하고 오히려 모자에 끌려 같이 하늘로 올라가는 신세가 된다. 모자에 매달려 하늘로 올라가면서 그는 지난날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사랑했지만,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여자를 떠올리고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고백하리라고 다짐하고, 모자가 땅으로 내려오자, 그녀에게 달려가 사랑 고백을 하게 된다.
누구라도 예기치 못한 죽음의 순간에 맞닥들였을 때는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후회의 감정이 밀려오지 않을까? 어느날 내 모자가 하늘로 날아갈지 모르므로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강한 결심을 일깨운 작품이었다.
밤의 마을은 정전으로 인해 암흙지대가 된 마을에서 어느 형제가 예언 능력이 있는 말을 훔치는 이야기이다. 형제는 치밀한 계획 끝에 말을 훔칠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 형제 중 형이 자신을 버린 애인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예언하게 되고, 페닉 상태에 빠진 형 때문에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미드웨이는 어렸을 때는 아버지로부터, 좀 더 나이가 든 후에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형은 가난하지만, 동생을 잘 돌보리라고 다짐하고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동생이 공항에서 다른 사람의 가방을 훔친 사실을 알게 되고, 동생이 잘못된 길로 들어설까 걱정하게 된다. 동생은 형에게 여자친구가 생기자, 둘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자꾸만 밖으로 나돌게 된다. 나중에 형은 동생이 반갑게 제회하는 가족들을 보기 위해 공항에 온다는 사실을 알고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동생은 형과 형의 여자친구가 자신을 귀찮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두 사람의 형제애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짧지만 가슴뭉클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이 밖에도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죠 메노의 소설집. 오랜만에 읽은 외국 단편집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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