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1
류은경 소설, 이환경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죽으면 땅 속에서 고요히 잠잔다. 하지만, 수백, 수천년 점 영면에 들었던 이들이 작가의 손끝에서, 드라마 PD의 땀방우울이 떨어진 자리에서 다시 살아나 숨을 쉬고, 그들 생애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또 한 번  산다. 역사 드라마와 그 원작 소설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관한 논란이 수없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물이 요동치며 흘러가듯 그들이 드라마나 책을 통해 제조명 받았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한 증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엔 '김준'이라는 인물이 내 마음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이름이 현대식이라 가상의 인물인가 했더니 실존인물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사료에서 몇 줄 다뤄진 내용을 바탕으로 풍부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것은 언제 봐도 놀라운 일이다. '운명'이라는 두 글자에서 빅토르 위고가 노틀담의 콰지모도를 만들어 낸 것처럼...
  최충헌과 최우를 알았지만, 그는 몰랐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했던 생각은 그가 타고난 시대와, 신분이 처음에는 굴레였으나, 사실은 그것이 10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그가 다시한 번 빛날 수 있게 한 발판이었다는 것이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생이 고통 그 자체임을 느끼지 못했다면, 김준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격구 대회에 참가하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스스로 자신이 처한 위기를 타개해가는 모습이 침체감에 빠진 나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닐까?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면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으며, 때로는 소중한 것을 깨닫게도 하니 말이다. 김준이 고려의 명실상부한 일인자였다면, 무신에서 그의 정신적인 고뇌를 다루지 않았다면 '그는 영웅이니까, 당연히 그랬겠지.라며 무심히 넘겨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대단한 성취를 거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흘린 눈물과 땀에 비해 그는 여전히 외줄타기 하듯 위태한 삶을 유지해 나간다. 적어도 1권까지의 내용으로는 그러하다. 그의 그런 모습이 독자와의 공감대가 되고, 좀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가지만, 곧곧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풍경 묘사에서 잠시 읽기를 멈추고 있으면, 마치 1000여년 전 고려의 공기를 숨쉬는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으니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기분으로 쉽게 읽힌다. 머리 속에 내가 너무 많아서 힘들 때 읽기 좋은 책이 되었던 것 같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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