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수 본능 - 자본주의, 기독교, 음모론, 민족주의, 반페미니즘을 추앙하는 사피엔스의 본성에 대하여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이 신간 추천에 떴을 때, 제 첫 반응은 불쾌함이었습니다.
표지와 광고 문구에서부터 보수와 진보를 선악 구도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과학자라면, 정치 성향을 두고 선악을 판단하기보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문제는 저자가 아니라 이걸 소비하는 독자와 사회의 시선입니다.
광고 문구를 그대로 따르면, 전 세계 젊은 남성이 보수화되는 현상은 ‘문제’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흐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문가’와 식자층은 이를 질병처럼 묘사합니다.
이 책의 표지만 봐도, 젊은 남성 보수화를 ‘악마화’하고 적대하는 태도가 이미 드러납니다.
다른 리뷰를 보니,
“와, 보수는 유전자 레벨부터 문제야.”
“요즘 젊은 애들은 책도 안 읽어!”
이런 식입니다. 유치하기 짝이 없죠.
586세대를 사회악이라 규정하는 책도, 특정 정치인을 신격화하는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2030 세대가 읽으러 올 거라 믿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구권 인문 연구 분야에서도 진보=선, 보수=악이라는 시각은 오래전부터 흔했습니다.
그렇다면 젊은 남성들이 정말 보수화된 걸까요? 아니면 진보 진영 자체가 극단화된 걸까요? 진보가 실패할 때 보수는 성장합니다. 진보를 믿었다가 배신당한 사람은 더 강하게 보수화됩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진보의 핵심 가치는 평등과 포용입니다.
그러나 보수를 질병처럼 취급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진보가 아닙니다.
젊은 보수에서 반(反)페미니즘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중잣대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성장하며 마주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커뮤니티 이야기를 꼭 하던데, 커뮤니티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떤 여성전용 커뮤니티는 내부에서 각종 범죄, 심지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저질러도 주목받지 않습니다.
평등하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사회·정치·경제 주류 세대는 여성을 ‘해로울 수 없는 존재’로 봅니다. 제대로 주목도 받지 못하죠. 여러차례 국가에 신고도 이미 넣어봤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역차별입니다.
그런 커뮤니티는 가입 절차부터 불법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 운영됩니다.
못 믿겠다면 트위터를 보세요. 날조와 왜곡을 바탕으로 자국 이성 혐오를 퍼뜨리는 계정이 쏟아집니다.
이들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적이 있나요? 거의 없습니다.
인천에서 어린아이를 살해한 범죄자조차 이런 유형에 속했지만,
언론은 이를 ‘페미니즘의 문제’나 ‘젊은 여성 세대의 문제’로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해로울 수 없다는 그들의 여성 멸시적 시선 속에서는 평등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책을 젊은 사람들이 왜 안 읽을까요? 양심이 있다면 요즘 문학상 받는 책들 상태를 보세요. 무슨 연예인 알페스하는 카페에서 친해진 동성애자 혹은 무성애자가 어쩌고 하는 이런 내용이 상받고 있습니다. 성정체성으로 뭐라 하는 걸 떠나서 알페스는 범죄죠. 범죄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있는데, 저게 하다못해 원본이 되는 사람한테는 무척 무례한 행동이죠. 이런 걸 자기들끼리 좋은 문학이라고 추앙해주는데 절대 다수의 이성애자들이 박수치면서 문학성이 넘치네요~ 이래야 합니까?
너희 한국남성들은 무조건 나쁘고, 내 세대 여성들은 무조건 고통받고 슬펐어. 이런 소설이 찬양받는 걸 왜 앉아서 박수쳐줘야 해요? 애초에 586세대가 성장과정에서 저지른 남성 우월주의 기반의 문제를 왜 젊은 세대가 박수치고 있어야 해요? 그 과실을 죄다 누린 사람들이 목에 핏대 세우고 더 성평등한 세대한테 반성하라고 소리치잖아요?
누이들 공장 보내고 번 돈으로 대학다녀서 사회 경제적 주류층에서 떵떵거리는 분들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한테 남자들이 잘못했으니까 양보해! 이게 지금 한국 사회라곤 생각 안 해봤을 겁니다. 그정도는 되어야 이런 문구에 열광해서 1찍이니 2찍이니 하니까요.
정작 자신 세대도 포함된 남성 자살률, 남성 산업재해 사망률이 훨씬 높아도 이는 성차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기성세대부터 성차별적인데, 젊은 세대를 가르치려 든다는 건 웃긴 일입니다.
미국에서도 젊은 여성의 평균 성적과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여성은 억압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남성 진학률이 떨어져도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않죠. 왜일까요?
말로는 평등을 외치지만, 그들은 진정한 평등을 실천할 용기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저 '약자'에게 친절해 보이는 ‘착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요즘 말하는 스윗(sweet)입니다.
이런 현실에 불만을 가지면, 보수가 되고 극우가 되고 반페미니스트가 됩니다.
이것이 서구권에서 시작해 한국까지 이어진 젊은 남성 보수화의 실제 배경입니다.
아 또 하나 말씀드리면, 한국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페미니즘은 트랜스젠더를 증오하는 일명은 TURF입니다. 페미니즘하면 진보적이고 소수자에 포용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누구보다 젠더적으로 극우적입니다. 이런 거 지적하는 언론이나 정치인, 기자, 하다못해 기성세대 어른이 얼마나 되나요? 저희 젊은 세대한테는 이거 하나하나가 다 차별입니다. 여성이 저지르는 극우적 언동은 문제시되지 않거든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젊은 여성들이 편하거나 살기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젊은 세대 전반이 힘듭니다. 그 위기 속에서 성별에 따라서 특성이 갈리는 건 역설적으로 이 책에서 그렇게 말하는 남녀간의 본능적 기질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성소수자에게 공격적인 여성 페미니스트가 있는 거 보면 별반 다른 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진짜 어른이 몇이나 되나요?
맨날 1찍 2찍 거리는 걸 정당화할 것만 찾으로 다니는 유사 진보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