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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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옷감을 짜려면 씨실과 날실을 촘촘히 엮어야 한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들도 가족과 이웃, 친구라는 씨실 날실로 건강하여 엮여야 사회에 굳건히 뿌리를 내닐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어느 하나만 모자라도 스스륵 올이 풀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에게 부족한 결핍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결핍을 채워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스스로 결핍을 인정하고 용감하게 채우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조차 버거울 수도 있다. 나를 오롯이 바라보는 일이 어디 쉬우랴, 묻어두고 외면하고 도망치는 것이 더 쉬운 것은 말해 무엇할까. 그럼에도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를 주인공은 담담히 보여준다. 주인공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나아가 삶의 당당한 주인공이고 싶어한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그 일원으로 행복을 만들어 나가기를 꿈꾸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한 얼굴로 사진을 찍는 고객의 들러리를 서는 듯한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여행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도망치듯 제주로 떠나온다. 하지만 약혹한 시간도 돈도 모두 바닥을 드러내고 우연히 도움을 청하기 위해 들른 사진관에서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우선 3개월 만이라도 견뎌볼 요량으로 일하기 시작한 사진관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단단해지고 자신감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마을의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떠맡게 된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물에 빠져죽을뻔한 어릴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아픔을 견디고 자신을 지켜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결국은 두려움, 부끄러움, 아픔을 견디고 자신을 지켜냈다. 스스로를 다독인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 사이로 서서히 걸어들어가기 시작한다. 소설은 다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과 건강하게 씨실과 날실을 엮어나갈 것임을 믿을 수 있다. 한 번 더 하쿠다 사진관에서 우리들의 눈부신 순간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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