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 관련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지라 제목을 보며 화학을 어떻게 소설속으로 끌고 들어왔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평소 소설을 즐겨 읽지 않던 나의 얕은 상상력으로는 화학을 직접적인 소재로 가져오지 않았을까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나의 예상은 금새 깨졌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온갖 차별(인종차별, 남녀차별 등)이 가득하던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화학자로 오롯이 성공하고픈 주인공의 고군분투기가 담담하게 그려졌다. 수식어구나 문학적인 비유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문체 때문인지 소설보다는 다큐 기사를 읽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덕분에 주인공이 처한 문제들, 이를테면 피해자이면서도 오히려 사회적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모함으로 자신의 순수한 노력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악의적인 가해자로 몰리게 된 상황들이 내가 겪은 일인 듯 진실되게 다가오기도 했다. 소설 속 배경으로부터 60여년이 흐른 지금도 소설 속 주인공이 겪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은 듯 느껴진 건 과장된 피해의식일까? 분명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사회의 편견과 고정의식에 사로잡힌 우리의 문화는 훨씬 고집스럽게 우리 곁에 맴돌고 있는 듯 하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들어있다는 기사를 읽고 보니 주인공의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지 조금은 더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하나의 사회가 원만히 유지되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해내야 할 일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그러니 누군가가 여러 역할을 맡아 치열하게 살고 있다면 누군가는 조금 더 수월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회가 변화되었음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음을 인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을 또 한 번 배우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