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2 : 전라도 - 숨겨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2
신정일 지음 / 다음생각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돌아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20년 가까이 전라도에 살면서 내 고장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유명한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매일 보는 것에 대해 시시하게 넘겼을 뿐 그것의 유래와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고 지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님이 하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씀처럼 아는 것이 미천하니 보이는 것도 적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은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대해 이토록 무지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이런 반성과 내 고장을 더욱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가운데 그나마 내가 잘 아는 전주에 대해 먼저 읽게 된다. 건지산, 한옥마을, 덕진공원, 남고산성, 오목대, 풍남문, 전동성당, 객사, 경기전, 금산사, 모악산 등 귀에 익은 이름이 책에 언급 되니 반가웠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전주는 '인구가 조밀하고 물자가 쌓여 있어 경성과 다름이 없으니, 하나의 큰 도회지다. 노령 북쪽의 10여 고을은 모두 좋지 못한 기운이 있지만 오직 전주만 맑고 서늘하여 가장 살 만한 곳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전주 출신의 인물 가운데 정여립에 대해 소개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조선 중기의 인물인데 대동계를 조직하여 역모를 꾀하였다고 몰려 죽임을 당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동인에 대한 박해가 시작 되었고, 기축옥사가 일어났으며 전라도를 반역향이라 하여 호남인들의 등용이 제한되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진부하면서도 유명한 비빔밥에 대한 내용도 있다. '전주는 현재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기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으며, 음식으로는 전주비빔밥과 한정식 그리고 콩나물국밥이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전주사람들은 비빔밥을 좋아하지도, 잘 먹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내 고향이다 보니 전주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가지만 정작 전주를 설명하는 분량은 30페이지에 불과하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지역의 위치, 명소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도 역사와 비화에 대한 내용에 대한 분량이 더 많다. 재미있는 내용으로,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읽은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왔다. 임실군 오수면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개에 대한 것이다(P259 신포 개장국과 의견제). '김개인은 거령현 사람인데 집에서 기르는 개를 몹시 사랑하였다. 하루는 개인이 출행하는데 개가 따라왔다. 개인이 술에 취하여 길가에서 잠이 들었는데, 들불이 일어나 사방이 타들어오게 되니, 개는 가까이 있는 내로 뛰어가 몸을 물에 적셔 와서는 개인이 잠든 주위의 풀이 물에 젖게 하였다. 이 짓을 반복하여서 불은 껐으나 개는 기진하여 죽고 말았다. 개인이 술에서 깬 뒤 개의 모습을 보고 감동하였다.'라는 이야기인데 재미있는 내용이란 이 고장에 40여년의 전통을 가진 보신탕집이 있다는 것이다. '오수의 개'를 기념하여 세워진 동상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신포집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 집의 구탕(보신탕)은 전국에서도 그 맛을 인정 받아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우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전라도에 대한 이야기에는 한이 많이 서려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옛 선비들의 유배지로서, 차별을 받아 인재가 있어도 등용이 되지 않는 곳으로 취급 받은 곳이다. 여전히 전라도는 국토개발에 있어 낙후된 지역이다.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도록 크게 드러난 적이 없었으니,'라고 택리지에 이중환이 말했던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이 지역사람들은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좁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을 놓고서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이는 하루 빨리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라도는 문화와 예술이 발달한 곳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지닌 지역이다. 무모한 토건사업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문화와 관광산업을 육성하여 이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책은 너무 많은 지명과 인명으로 머리가 복잡하여 내용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단숨에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저자의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낸 책을 단 며칠만에 읽으려 한다는 발상 자체가 욕심이고 오만이라 생각한다. 두고두고 관심을 갖으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내가 태어난 곳에 대해 알게 되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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