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국경을 넘다
이학준 지음 / 청년정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천국의 국경을 넘다. 책이름이 좀 거창하다. 거창한 이름 치고 내용이 알찬 책은 별로 없었기에 약간의 의심이 들었다. 현직 기자가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서 현지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이 만들어졌다고 소개되었다. 매우 사실적인 내용이고 탈북자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책을 읽고 두 가지가 남는다. 하나는 탈북자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자에 관한 것이다.

티비에서 북한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프로그램을 종종 봤다. 꽃제비에 대한 내용이 그랬고 북한여성들이 중국에 팔려나간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만이었다. 꽃제비란 용어만 알고 여성들이 인인매매 당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왜 그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책에는 그러한 이야기가 마치 소설 같이 쓰여 있다.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는 대목에서는 마음으로 펑펑 울며 책을 읽었다. 탈북자들이 한가닥 희망을 안고서 먼 길을 돌아 한국땅을 밟았는데 한국정부의 냉정하고 무관심한 대응에 대한민국에 정착하지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일었다. 북한사람이든 남한사람이든 같은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한민족인데 우리는 국경과 정치적 이념에 갈려 남처럼 살아가고 있다.

기자라는 직업의 어려움에 대한 대목도 종종 나온다. 어리바리했던 수습기자 시절의 에피소드와 탈북자의 실상을 취재하면서 느낀 기자의 고뇌와 안타까움, 분노, 그리고 희망이 그려졌다. 진지하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성찰을 하는 필자는 보고 있노라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사람들에게 어떠한 사건에 대해 자신을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fact)만을 전달하기 위해 사지에 뛰어들기도 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운명이다. 남들이 취재한 것을 편집해서 편하게 기사를 올리는 기자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많은 실망을 해왔는데 필자의 직업관을 알게 되니 독자의 알권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기자들도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니 단지 안타까움에 그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든 고향을 버리고 목숨까지 걸면서까지 남한땅까지 온 탈북자를 냉혹하게 타국으로 보내는 일하며 교화나 적응기간에 적절하지 못한 정책으로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탈북자의 이야기는 또한 북한주민의 이야기다. 탈북자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갖춰지고 그들을 동포로서 안아줄 수 있어야만 통일한국이 방황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도나 정책보다는 따뜻한 동포애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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