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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오늘, 사이토 뎃초의 에세이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를 펼쳤다. 그건 마치 애틋한 한 편의 영화처럼 나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루마니아어라는 희귀한 언어, 그 언어에 대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 그의 여정은 고독 속에 빛나는 진주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저자의 대학 시절, 그 흔들리는 청춘을 바라보며 내 모습이 스쳤다. 취업의 문턱에서 내몰리고, 닫힌 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의 고독은 내 가슴 속의 어떤 무게를 덜어주는 듯했다. “고독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혼자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눈앞이 흐릿해지고, 순간적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독이란 주머니 속의 작은 돌멩이처럼, 그 자체로 나를 더욱 무게 있게 만드는, 그런 힘을 지닌 것이 아닐까.
저자는 영화 평론을 통해 세상을 향한 시선을 열었다. 그는 루마니아 영화를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삶의 기로를 마주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언어의 아름다움—그것이 가져다주는 깊은 감정의 연대감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루마니아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낯선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일 같았다. “주변과 다른 내가 멋짐”이라 말하는 그의 목소리 속에서 나 역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이 말이 내게 속삭였다. 나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도 작은 씨앗이 자라날 수 있음을 다시 믿어보게 만든다. 일상에 묻혀 잊고 있던, 그저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풍경 속에서 나도 나만의 언어를 찾고 싶다. 나의 속삭임, 나의 감정을 그림처럼 그려가고 싶다. 오늘 저녁, 루마니아어처럼 생소하고, 그러나 매력적인 일들에 마음을 열어보려 한다. 사이토 뎃초의 이야기가 내 안의 깊은 곳에 작은 불빛을 켰다. 앞으로의 날들이 그 작은 불빛을 따라 흘러가기를, 언젠가 내가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