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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향신료 제국의 향신료 - 근대 세계를 형성한 16세기 해상 경쟁
로저 크롤리 지음, 조행복 옮김 / 책과함께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은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16세기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전개했던 신항로 개척과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가격 혁명 및 문명 파괴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세계사 시간에 한번 쯤은 접했을 내용이지만 방대한 사료와 고증을 통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났던 그 시대 사람들의 고통과 노력, 희생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선원들이 괴혈병으로 죽어가는 이야기나 마멀레이드의 섭취로 고급 선원들은 그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같은 뱃사람이라도 신분에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또한 마젤란의 세계 일주, 바스코 다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 등 교과서에서 들어봤던 인물들 외에도 우르다네타와 같이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던 인물들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새로운 지리적 정보를 철저히 숨기고자 노력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노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의 확산과 정보의 유출은 막을 수 없어서 결국 잉글랜드에서도 동방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교류하게 되었다는 사실 등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은 마젤란 사망 이후의 내용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만 이들의 동방 진출이 처음에는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는 결국 아시아 및 아메리카의 식민지화와 문명 파괴로 이어졌다는 내용이 너무 빈약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그 광란의 시대에 원주민의 권리를 보장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우르다네타의 주장이나 마르딘데라다 선교사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며 이런 내용들이 세계사 교과서에도 실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세계사 교과서가 너무 서양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것은 아닌지, 마젤란의 침입을 막아낸 라푸라푸의 이야기도 같이 서술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책 내용 중 당대의 포르투갈 역사가 주앙 드 바후스는 인간을 타락 시키는 향신료의 영향에 대해 " 이 섬들은 모든 악행이 자라는 번식장이다. 정향 말고는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정향은 신이 만든 것이므로 좋다고 할 수 있다" 라고 평했는데 이 지역을 지옥으로 만든 건 결국 향신료를 원했던 서양인들이었으며, 그 곳의 원주민들을 지옥 같은 삶 속으로 던져 넣었던 것도 서양인들이었음을, 평화로웠던 원주민 사회의 파괴의 원흉이 그들 자신이었음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평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당시 새로운 항로를 발견함으로써 인쇄술의 발달, 지도의 발전 및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그 이후 인류 문명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음도 부정할 수 없어서 역사의 아이러니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향신료를 얻기 위한 항로 개척 만을 다루지 않고, 당시 동방으로의 진출 과정에서 중국, 일본의 시대적 상황, 특히 명이 일조 편법으로 세제 개편을 하게 된 배경과 그 결과, 일본의 쇄국 정책과 포르투갈 상인의 표류가 가져온 일본 전국 시대의 상황 변화 등 당시 주요 국가들에 대한 역사적 상황도 알수 있어서 세계사의 전반적인 지식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