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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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리아의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고 곁에 있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리아에게는 그렇게 가까이에서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내가 폭력범과 다를 바 없었다. _25p.

호의를 기반한 접촉이 타인에게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일종의 상호작용을 알게 된 이 책의 저자가 사건 파악을 위해서는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영역 또한 파고들어야 함을 깨닫게 된 계기다. 이 작은 계기는 뜻이 모아지면서 앞으로의 범행 연구의 발전 가능성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추리 소설에 재미 붙였던 적이 있어서 프로파일링에 대한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다. 프로파일링에서 범죄자 분석 방식 중 하나는 ㅡ행동을 예측하는 데 성격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예측하는 데 행동을 활용ㅡ(101p.)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불규칙적이고 본능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은 모두 정교화하여 새롭게 범주화가 가능하다. 표면적으로 찾기 힘든 그들 사이 공통 분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은 앞으로도 프로파일링이 절실히 필요함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박사 과정으로부터 시작되는 프로파일링 일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경험을 통해 얻은 자그마한 통찰이 나중에 큰 시사점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빈틈없이 모두 다 연쇄적으로 짜 맞춰져있다. 특히 원초적이고 날것의 무언가로 뒤덮인 듯한, 대중에게는 그저 '정신이상자'(42p.)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여겨지는 살인자들의 속성과 동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과 용기를 보다 보면,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과 연구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알 수 있었다.

첫 장에 경고 문구가 있다. 적나라한 워딩에 트리거를 가지고 있다면 정말 주의해야 한다. 시신의 상태, 훼손한 정도, 참혹한 피해 상태를 여러 문장으로 직접 마주하다보면 직접적 트리거가 없더라도 문장을 전부 읽기 힘들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그저 소설이나 판타지가 아니라, 지극한 현실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머리가 아파온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살아 있고 숨쉬는 사람들'(389p.)의 생명을 찢어버린 살인자들의 심리와 행동 특성, 그외의 것들이 잘 정리되고 잡혀 있음으로써 우리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또다른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에요. 자, 그럼 연쇄살인범을 찾으러 가시죠." _4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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