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너
임국영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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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가 왔다』

우선 열일곱스러운 미성숙함, 생각은 좀 짧지만 줏대 있는 성격이 잘 묘사된 점이 흥미로웠다. 남과 다를 바 없는 오빠의 장례식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오빠의 지인들, 같이 록을 한 밴드 '볼셰비키' 멤버들을 통해 생일마저 모르던 오빠에 대해 점점 알아간다. 독특한 점은, 그로울링과 비슷한 행위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그건 하나의 퍼포먼스이기도, 혹은 모든 걸 쏟아내려는 발악인 것도 같다. 그에 따라 의문이 계속 쌓여가는 소설이다. 토사물을 게워내지 못해 떠나간 혁태와, 절정에서 끝내 참지 못하고 빈소 안쪽으로 들어와 토를 쏟아낸 '나'는 어떤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 걸까. 상복을 입은 채 뺨을 맞아 부어오른 볼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한 '나'는 어떤 마음을 품고 그런 결정을 한 걸까.

『악당에 관하여』

서평 명목으로 스토리의 진행과 묘사에 대한 진중하고 깊은 감상을 적어내고 싶었는데, 이 소설은 그저 ㅡ재밌다ㅡ는 말로 정리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소설은 한 번 읽을 때의 임팩트가 강하거나, 여러 번 읽을수록 진하게 와닿는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악당에 관하여』는 후자에 해당한다. 염색체 끝부분을 의미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짐으로써 노화 진행이 이루어지지만, 이와 달리 암세포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 암세포는 마치 '나'를 완전히 장악해버린 것만 같았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암세포에 취한 '나'는 A의 민낯을 들추기 위해 추할 정도로 A를 비난하기에 이른다. 작가와 편집자의 경계, 주인공과 악당의 경계를 너무나 명확히 그음으로써 자신의 작품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전설의 편집자로 이름을 떨치던 A의 피어오르는 허망감, '나'의 자기 파괴적 태도를 그저 '술자리'라는 단순한 배경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시키는 묘사가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의견이 철저히 묵살된 '나'는 홀로 남은 곳에서 마치 텔로미어처럼 단번에 쪼개지는 게 아니라, 점점 썩어가듯 닳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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