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주인공 ‘비켄티 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비켄티는 그을음 냄새가 풍기는, 볼품없는 밤을 끝없이 달린다. ‘밤이 어째서 태양인 걸까?’하는 의문으로 이 책의 서평을 신청했기 때문에 비켄티에게 ‘태양’의 존재가 어떠한 건지 가장 궁금했던 것 같다. 생명력과 파괴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태양이 비켄티에게 어째서 밤으로 다가온 걸까.비켄티는 여정 속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시를 쓴다고 말한다. 시를 쓰는 주인공을 대단히 여기는 사람들도,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비웃는 사람들도 마주친다. 그럼에도 비켄티는 묵묵히 시를 쓴다. 규칙 하나 없는 비켄티의 시는 마치 자신처럼 방랑하는 것만 같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밤은 태양이다』 또한, 비켄티가 지은 압운도, 형식도 없는 자신의 시 마지막 구절이기도 하다. 특히 이 시는 기차 안에서 만난 첫 인물, 레라에게 보여준 시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비켄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예르나의 이름 또한 사실 ‘레라’이기 때문. 기차에서 만났던 레라가 보낸 편지에 적힌 ㅡ언제 만날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가 만날 거라는 사실이니까. (103p.)ㅡ 라는 문장이 다른 방식으로 실현되는 부분이다. 비켄티의 심리는 해석하기 어렵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거부감 없이 하룻밤을 보내며 이를 추억하고, 미성숙하던 시절 처음으로 사랑을 깨닫게 해 준 릴랴를 회상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의 입은 과거보다 현재를 내뱉는다. 그의 작품 또한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염세적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러한 인물 설정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입체적일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타인의 마음은 복합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일 수도 있으니. 비켄티가 끝없이 걸었던 밤 속에서 그 여러 우연과 관계가 맺어준 인연들은 비켄티도 모르게 태양처럼 비켄티의 길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냥 조용하게 흘러갈 비켄티의 앞날과 시를 모두 희망을 가진 채 지켜봐 주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