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나무와 바람
장현정 지음, 배민기 그림, 홍성기 영역 / 호밀밭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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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화책을 좋아한다. 장르문학에서는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이 동화책이다. 처음에는 게임 작업을 할 때 그래픽(그림)의 콘셉트를 참고하기 위해서 펼쳐보고는 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그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아주 뜬금없지만, 아이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동화책은 아주 훌륭한 자료가 된다. 


호밀밭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신간인 '아기나무와 바람'은 아이들보다는 사실 어른을 위한 동화다. 아이의 시선에 맞춰 쉽게 쓰이고 쉽게 그려졌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오늘 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나 같은 '어른이'를 위한 내용 같다.



가로로 길쭉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동화책 '아기나무와 바람'은 주인공 아기나무와 바람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하고 또다시 봄을 함께 하게 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실의 나무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아기나무의 성장은 조금은 빠른 편이기는 하다.



무엇보다 동화책이 한글과 영어로 함께 쓰여 있기 때문에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어학 공부 용도로 매우 좋은 책인 것 같다. 동화책이다 보니 영어 단어도 쉬운 단어 위주로 쓰여 있어서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따뜻한 그림에 위로해주는듯한 문체가 마음에 드는 동화책이었다.



'아기나무와 바람'에서 바람은 움직일 수 없는 아기나무에게 자신이 다녀온 곳의 이야기들, 본 것들을 이야기해 주는 데 그중에서 '사막'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람은 사막을 '울기 좋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아기나무는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어른이'인 나는 그 부분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사막은...... 울기에 좋아.



거기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없어서 울기에 좋아.

하지만 슬퍼서 우는 건 아니야.

오히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이 마음을 채워왔다. 그렇구나.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게 다 있는 느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이것저것 많지만 아무것도 없는 느낌을 겪고 있는 중이라서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바람이 아기 나무에게 건네는 말들은 마치 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던 나를 향한 말 같았다.



마침내 사막에 다녀온 아기 나무가 바람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부분도 마음에 와닿았다. 그저 동화책일 뿐인데 다 큰 어른이 마음 찡해지는 따뜻한 글귀들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그리고 책을 덮은 이후에도 빙글빙글 맴도는 책. '아기나무와 바람'. 처음에 제목만 보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내용을 상상했던 나 자신이 참 안타까워질 정도였다.



끊임없이 찾아다닌다는 건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

희망이란 건 그런 걸까?


듣는 어른 찡하게 만드는 아기나무의 말. 잘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지천에 깔려 있는 행복의 세잎클로버처럼 보이지 않아서 끊임없이 찾아다니게 되는 희망. 하지만 그렇기에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아기나무의 말이 위로가 되어 다가온다. 혼자서만 읽기엔 정말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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