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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AI도 모르는 글쓰기 - 초안을 완성으로 바꾸는 AI 협업 글쓰기, AI가 놓친 맥락, 구조, 정확성을 다듬어 읽히는 업무 문서로 완성하는 기술, 유형별 업무 문서 맞춤 글쓰기 체크리스트 24종 수록, 실무 즉시 적용 가능한 프롬프트 제공
정나래 지음 / 한빛미디어 / 2026년 6월
평점 :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에도, 기획자가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
게임 기획자는 글로 일한다. 시스템 기획서, 콘텐츠 제안서, 밸런스 수정안, 업데이트 공지, 개발자 노트, 회의록, QA 요청서, 장애 보고서까지 업무의 대부분이 문서로 시작해 문서로 끝난다. 기획자가 의도한 내용이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 사업, 운영, QA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제 결과물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AI도 모르는 글쓰기』는 단순히 AI에게 글을 대신 써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목적과 독자를 먼저 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조화한 뒤, AI와 함께 초안을 검토하고 완성하는 과정이다. 정확성, 명확성, 간결성, 일관성과 같은 기준을 통해 글을 점검하고, 표현은 자연스럽지만 정작 핵심이 없는 AI 문장을 구별하는 방법도 다룬다.
나 역시 기획팀 리더로서 이미 이와 비슷한 방식에 익숙하다. 문서를 작성할 때는 먼저 누가 읽는지, 읽은 사람이 어떤 판단이나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반드시 전달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정리한다. AI를 사용할 때도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기대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정보와 입장을 제공하고 초안을 만든 뒤, 빠진 맥락과 잘못된 표현을 다시 수정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원칙 중 상당수가 새롭다기보다는, 실무에서 감각적으로 해오던 작업을 체계적인 언어로 정리해놓은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효용은 개인의 글쓰기 능력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팀원들에게 목적에 맞는 글쓰기를 가르칠 때 공통된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팀원이 신규 콘텐츠 기획안을 작성했다고 하자. 문서에는 세계관 설명과 기능 소개가 길게 적혀 있지만, 정작 왜 이 콘텐츠가 필요한지, 어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기존 콘텐츠와 무엇이 다른지, 개발 범위와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는 빠져 있을 수 있다. 이때 단순히 “기획서가 장황하다”거나 “핵심이 없다”고 피드백하면 팀원은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의 방식대로라면 피드백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 이 문서의 독자는 누구인지, 문서의 목적이 아이디어 공유인지 개발 승인인지, 읽은 사람이 최종적으로 내려야 할 결정은 무엇인지부터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 핵심 메시지와 근거, 세부 기능, 예상 효과, 개발 비용, 위험 요소의 순서로 정보를 재배치하면 문서의 목적이 훨씬 선명해진다. 리더의 감각에 의존하던 첨삭을 팀 전체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바꿀 수 있는 셈이다.
AI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팀원에게도 적용하기 좋다. 많은 사람이 AI를 처음 사용할 때 “신규 이벤트 기획서 작성해줘”처럼 결과물만 요청한다. 그러면 AI는 그럴듯한 제목과 익숙한 문장으로 문서를 채우지만, 우리 게임의 상황과 일정, 대상 이용자, 실제 보상 구조는 알지 못한다. 결국 내용은 무난하지만 아무 의사결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문서가 나온다.
이럴 때는 AI에게 글을 쓰게 하기 전에 기획자가 먼저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벤트 기획서라면 이벤트의 목적, 대상 이용자, 진행 기간, 핵심 플레이 방식, 보상 설계, 이전 이벤트의 문제점, 기대 지표, 개발 가능 범위 등을 정리해야 한다. 그다음 AI에게 문서 구조를 잡게 하거나, 빠진 정보가 있는지 질문하게 하고, 초안을 만든 뒤 논리와 표현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다.
밸런스 수정안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특정 영웅의 성능을 하향한다”고 쓰는 대신, 현재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어떤 데이터나 이용자 피드백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변경의 목표가 무엇인지, 다른 콘텐츠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정리한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문장을 간결하게 정돈하거나, 개발자 노트용과 내부 검토용 문서를 서로 다른 어조로 바꾸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어떤 정보까지 공개할지, 이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회사의 입장을 어느 수준으로 표현할지는 기획자가 판단해야 한다.
회의록에서도 마찬가지다. AI에게 녹취를 요약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대화 내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결정된 사항,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 담당자, 일정, 후속 확인이 필요한 문제를 구분해야 실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다. 장애 보고서라면 발생 현상과 추정 원인, 확인된 사실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명확하게 분리해야 한다. 현지화 요청서라면 원문의 의미뿐 아니라 캐릭터 관계, 말투, 세계관 용어, 장면의 감정까지 제공해야 번역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실무 문서를 AI가 자동으로 완성해주는 비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AI는 프로젝트의 사정, 팀 내부의 우선순위, 기존 결정의 배경, 이용자의 반응, 문서가 만들어진 정치적 맥락까지 스스로 알 수 없다. 결국 좋은 결과물을 얻으려면 기획자가 정보를 선별하고, 목적을 설정하고,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
경력이 있는 기획자나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책의 일부 내용이 기본적인 글쓰기 원칙으로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프롬프트 기술이나 놀라운 자동화 방법을 기대한다면 다소 평범하게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팀 리더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그 평범함이 장점이다. 개인의 경험과 감각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웠던 글쓰기 기준을 팀원들과 공유할 수 있고, AI를 사용한 문서를 어떤 기준으로 검토해야 하는지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니어 기획자에게 “AI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작성한 문장을 그대로 제출하지 않고, 문서의 목적과 독자를 생각하며, 빠진 정보와 잘못된 논리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 책은 AI를 글쓰기의 대체자가 아니라 초안 작성과 검토를 돕는 협업자로 다루며,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작성자에게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결국 『AI도 모르는 글쓰기』는 글을 잘 쓰는 몇 사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조직 안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문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책에 가깝다. 이미 목적 중심의 글쓰기에 익숙한 리더에게는 자신의 방식을 정리하고 교육 체계로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AI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팀원에게는 무엇을 입력하고, 무엇을 검토하며, 어디까지 직접 판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입문서가 될 수 있다.
게임 기획팀에서 이 책을 활용한다면, 단순한 독서로 끝내기보다 기존 기획서나 회의록, 공지문을 책의 기준으로 다시 고쳐보는 실습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같은 초안을 두고 독자와 목적을 다시 정의하고, AI에게 빠진 정보를 질문하게 한 뒤, 최종 문서를 비교해보면 책의 내용을 훨씬 빠르게 체득할 수 있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일수록 기획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다. 무엇을 왜 전달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그 내용이 실제로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능력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기획자의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을 실무적인 방식으로 되짚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