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말 - 59가지 꽃말로 사랑을 말하다
Jed Song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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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Jed Song의 <꽃과 말>은 읽는 동안 오래된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을 주는 소설이었다. 첫 장 ‘연화'의 야생화, 살구꽃, 아라비아의 별에서 시작해 13장 '결실'의 모과, 은매화까지 각 장마다 꽃말이 있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꽃들을 보게되었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주인공과 왓슨이라는 나이 든 인물이 함께 사는 넓은 집과 그 정원인데 사건이 많지 않아 처음엔 낯설지만 느린 속도에 익숙해졌다.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대화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들 그리고 계절처럼 변해 가는 모습이 시간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화려한 문장의 전개는 없지만 잔잔하게 스며오는 감정들이 오래 남을만 하다.

이 소설에서 매력적이었던 건 정원 속 꽃들이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 준다는 점이다. 야생화의 순수함, 살구꽃의 봄기운 그리고 마지막 은매화의 따뜻한 향기까지 꽃말이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은근하게 비춰준다. 왓슨은 단순히 곁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마치 정원사처럼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씩 가꾸어 주는 사람이라 하겠다. “빠르게 피는 꽃은 쉽게 진다”는 왓슨의 말. 책을 읽으며 사랑도 정원을 가꾸듯 느리지만 꾸준히 시간과 마음을 들여야 한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아름다운 묘사와 잔잔한 대화들이 감정에 남는다.

책을 보고 나서 한동안 꽃 이름과 꽃말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 꽃과 계절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얽힌 하나의 풍경을 보았다.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분에겐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차분하게 감정을 음미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좋아했을 책이다. 요즘처럼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차분함을 갖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받고 구성의 방식이 다름에 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느림을 좋아한다면 이 또한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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