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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으로 본 12인의 로마 황제 1
수에토니우스 / 풀빛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로마 제정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제정의 청사진을 그린 '임페라토르 카이사르'부터, 하드리아누스까지의 기록인데 딱딱할 것 같은 역사책이지만 당시 평판, 낙서까지 참고, 기록하여 재미도 있으며 꼼꼼한(?) 기록이다. 내가 꼼꼼함 옆에 (?)를 했는지는 수에토니우스라는 사람을 알면 이유를 알기 쉬울 것이다. 수에토니우스는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가십을 좋아한다고 말했던만큼, 당시의 가십에 대해서는 몽땅 기록해놓고 있다. 그게 사실이던 거짓이던, 수에토니우스는 몽땅 다 기록해놓고 있다. 솔직히 그게 거짓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나 사실이라고 말할 수조차도 없다.
수에토니우스가 낱낱이 적어놓은 것들은 문헌에 기초하여 기록한 내용도 상당히 많지만 사실 낙서나 당시 풍문에 기초하여 기록한 내용도 무시하지 못할만큼 상당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티베리우스같은 경우에는 카프리 섬으로 휴양을 간 후에 로마에 떠돌던 풍문을 듣고서 수에토니우스가 '음란한 황제'라고 단죄했지만 그 것은 단순히 수도를 떠나있는 지도자의 사생활에 대한 소문으로서 그러한 유언비어는 그러한 상황에서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었다. 그러한 유언비어가 사실 그렇듯이 신빙성이 부족한 것이었지만 수에토니우스는 이 것을 여과없이 기록했다. 물론 독자들에게 그 당시의 상황을 더 잘 알리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그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기록이었다. 티베리우스는 로마의 재정을 튼튼하게 닦아놓은 황제임에도 불구하고 음란한 황제로 낙인 찍혀버린 것이었다.
내가 독자들과 앞으로 읽을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수에토니우스가 기록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인물의 성향이나 가십에 주의하여 독서하지 말고, 당시 로마의 사회상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