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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1 - 일탈의 군상들, 개정증보판
시내암 지음,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9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호지는 시내암이 지은 것으로서 나쁘게 말하면 도둑, 좋게 말하면 양상군자의 일대서사시이다. 이 수호지는 삼국지, 서유기와 함께 중국의 3대 고전 소설에 속한다. 수호지에서는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모함 등으로 인하여 세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호걸들이 모인다. 그들은 송나라에 대한 충성심을 불태우며 간신들을 처벌하려고 애쓴다. 이들은 한낱 도둑이 아닌 애국자이기도 하다. 간신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탐관오리들을 처벌한다. 송나라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볼때는 그들은 우리나라의 독립투사와 맞먹는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그렇게 원하는 세상에서 추방되었다. 어둠의 나락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바로 간신들과 간사한 소인배들의 농간에 휩싸여서 어둠의 나락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려 하는 것이다. 내 서평을 어떻게 보면 도둑질을 미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난 어찌 보면 도둑질을 미화하고 있다. 간사하고 남들에게 아첨해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아첨해서 미화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국심과 충성심이 뛰어나다고 해도 보통 도둑과 다를 것이 없다면 그들은 그냥 보통 도둑일 것이다. 보통 도둑과 같다면 그들의 애국심과 충성심은 그냥 어둠 속에 가려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도둑질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의리와 패기로 똘똘 뭉쳤으며,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남자라면 한 번 그러한 삶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충성심을 가지고서 나라를 망치는 그러한 소인배들을 처벌하는 그러한 일 말이다. 하지만 끝은 그리 좋지 않다. 송나라는 역사의 기록에 남아있는 것과 같이 요나라에게 멸망한다. 그들의 노력도 한낱 물거품이 되버린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노력은 지금, 소설로 되살아나서 우리 앞에 펼쳐지고, 또한 우리들로 하여금 그러한 애국심을 본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