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은폐된 북관동北關東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시미즈 기요시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7년 11월

오래간만에 책을 읽으면서
끓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던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는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연쇄아동납치살인사건을
소재로 쓴 탐사보도이다.

작자인 시미즈 기요시가
본문에 앞서 밝힌대로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다..
란 말 그대로 이 책에서는
실제 있었던 일명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관동에 인접한 두 도시에서
무려 다섯 명의 어린 소녀들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빨리 범인을 잡아야한다는 압박감에
경찰은 하루 바삐 수사를 진행해서
스가야라는 인물을 범인으로 확정하고
스가야는 투옥되게 된다.
무려 17년을 감옥에 갖힌 스가야.
죄를 지었다면 분명 그에 맞는
응당한 벌을 받는게 마땅하지만
그는 자신이 무죄이며
강압에 의해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지만
단 한사람. 시미즈 기요시는
그의 주장을 듣고 그를 믿기로 한다.

시미즈는 스가야의 주장대로
그는 무죄이며
사건의 진범은 아직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생각하며,
시미즈는 그의 무죄를 밝혀야지만
진범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모든 노력을 다해
개인적인 수사와 탐문을 시작한다.
하지만 녹록치만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하...
이대로 계속되다가는
시미즈가 먼저 나가떨어지는거 아닌가?
했는데.. 왠걸. 그는 진정한 기자였다.
마치 자신의 일인 것 처럼
최선을 다해 시미즈를 밀어내는
유족들의 마음을 열고
또 여론을 움직여서 결국은
스가아의 무죄를 밝혀내는데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하지만 감동은 감동.
열불은 열불.

여론과 상부의 압박으로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스가야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그에 맞춰
범인을 잡았다! 라며 수사를 종결한
경찰의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났다.
책을 읽는 나도 그러한데
당사자인 스가야는 오죽했을까.
스가야 뿐만아니라
유가족들은 또 어떠한가.
실컷 범인이 잡혔다고
안도? 하고 있었는데
진범은 따로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우씨. 육두문자를 랩으로
뱉어내버린... ㅠㅠ

스가야가 겪었을
수사의 조작과 증거 은폐,
증언의 회손과 강압수사...
상상만으로도 살 떨리지만
시미즈의 온갖 노력으로
무죄를 입증하게 된 스가야는
법정에서 적당적당하게 넘어가려는
검사의 모습에.. 화를 내는데..

정말.. 나라도 쭉빵날리고 싶었을..

모리카와 검사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했다.
테이프를 들은 스가야 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났는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스가야 씨는 증언대에 선
전직 검사를 강하게 추궁했다.
“모리카와 씨,
나는 17년 반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누명을 쓰고 갇혀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 사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피고인이 자신을 기소한
검사를 추궁한다.
18년이라는 시간 끝에
벌어진 역전극이다.
“주임검사로서 증거를 검토한 결과
스가야 씨가 마미 살해사건의 범인이
틀림없다고 판단하여
기소하고 공판에 임했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DNA형 감정으로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실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전직 검사는 스가야 씨 얼굴을 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본 채로 그렇게 대답했다.
“구치소에서의 취조 시,
나는 범인이 아니라고
정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변호사나 법정에는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던 겁니까?”
스가야 씨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놀랐다.
작년 출소 이래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스가야 씨를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모리카와 씨,
내 가족에게도 사죄하십시오.
그들도 피해자입니다.”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내 가족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알기는 합니까!”
“방금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271~272

아오.. 옮겨 적으면서 또 화가...

스가야의 무죄가 밝혀진 후에도
그 때의 자신들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찰과 검찰의 모습에서는
너무 실망스럽고 그들을 믿었을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슬펐다.

밝혀진 정황들을 읽으면서
솟구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 안타깝게 희생된
어린 아이들과 억욱했던 스가야를 위해
오롯이 진실을 향한 취재를 했던
시미즈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오랜 세월에 이미 세상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는 잊혀졌겠지만
치밀하게 파고들어 무고했던 사람을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준 시미즈 기자.
"가장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는
그의 취재정신을 우리나라 기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꼭 읽어봤음.. 하는 바램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