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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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집에 있는 상황에 누군가 벨을 누른다면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
현실 속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혼자 있을 때면
절대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택배 아저씨-아주머니라고는 해도
경비실에 부탁하지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는데
누군가 벨을 눌려서 문을 열어준다면
뭔가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질 거라 여겨진 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낯선 이에게 문을 연다는 것 자체가 공포.

뭔가 씁쓸하기도 한 현실이지만


절대 남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말자.


이 생각은 <한낮의 방문객>을 보고
더욱 강해졌다.

어느 빌라에서 20대 후반의 엄마와
5살 딸아이가 굶어죽은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모녀의 아사 사건을
취재하고 원고를 쓰던 다지마는 모진 현실에
분노를 느끼며 마무리를 위해 애를 쓰지만
뭔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이 있는데
도무지 그 원인이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어느 날 옆집에 살고 있는
자매가 방문판매업자에게 협박을 당한다며
다지마에게 도움을 구한다.
모르는 채 할 수 없었던 다지마는
자매를 돕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을
발견하고 점점 더 이 사건에 깊게 개입하며
조사를 하게 된다.

모녀의 아사 사건과 정수기 강제 방판까지
연결점이 없어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며 다소 산만했던
초반의 이야기들이 정리되는데..
그 순간 정말 소름이 팍 돋으며 머리끝이 쭈뼛.
방문판매가 어떻게 살인으로 이어졌으며
모녀는 과연 어떤 이유로
그런 모습으로 아사를 하게 된 것일까?

많은 추리물을 읽었지만
이렇게 방문판매가 수단이 되어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인데다
왠지 우리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사건 묘사에
좀 더 무섭기도 해서 책을 읽다 말고
다시 한 번 현관을 살펴보게 되었다.
너무 생생한 소설 속 묘사 때문에
혹시나 이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거
아닌가..했는데 다행히도 (?!)
작가님의 상상에 의해 쓰였다지만
요즘 워낙 별사건들이 다 있으니 앞으로
없을 거란 말은 못 하겠..
뉴스에서만 보더라도 택배기사를 위장한
강도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이기 때문에
(묵묵히 힘든 택배업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
외부인이라 하면 경계심이 많아지는 게
현실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경계 단계가
격상되어 버렸다.
조심해서야 나쁠 거야 없겠지만..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고 끊임없이 의심하려니
더 피곤해진 것도 사실.

소설 속이지만 아사라든지
고독사라던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그 공포에 대해
조금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솔직히 지금 나에게는 자식도 없고
그닥 주변인들과 왕래가 많지 않아 그런지
조금 더 무섭게 읽었다는 게 사실.
좀 더 인간관계를 넓혀야 하나..
돈이라도 많이 모아서 나중에 
좀 좋은 시설 같은 곳에서
마지막을 보내야 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그만큼 작가의 표현력이 현실감 있게
무서웠다는 말.


함부로 현관문을 열지 마라
그곳에 선한 얼굴의 악마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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