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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테이크아웃하다 - 서른과 어른 사이, 사랑을 기다리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신윤영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원래 에세이를 즐겨읽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선택한것은 '연애'라는 단어가 주는 익숙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3년을 만나면서 늘 했던 생각이다.
'우리가 하는 것이 연애일까, 사랑일까?'
밥먹고, 영화보고,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연애.
마음을 나누고, 입을 맞추고, 서로의 생각으로 한가한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 사랑.
사실 연애와 사랑의 경계가 딱히 있는것은 아니지만, 같은것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나보다 대여섯살 정도 많은 작가가, 선배의 입장에서 연애에 대해 담담히 되뇌이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너무 공감이 되는 내용이라 깜짝 놀랐고, '아, 이럴수도 있겠구나'하는 가르침까지 주니 유익하고 즐거웠다.
수학도, 국어도 공부가 필요하지만, 이들을 능가하는 인생의 중대사 연애를 위한 공부는 한적이 없던 나였다.
최근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면서, 소히 결혼의 전단계라 말하는 연애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많아졌다.
연애를 커피에 비유해서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고 씀을 표현한 것이 특히 좋았다.
연애라는 언뜻 달콤해 보이는 단어속에 수만가지의 기쁨, 설레임, 상처라는 얼굴이 숨어 있듯이,
커피의 종류에도 달고, 쓰고, 좀 더 부드러운 커피가 있으니 말이다.
술이 때론 연인보다 낫다는 부분에서 쿡- 웃음이 터졌고,
남자와 여자의 속마음을 꿰뚫어본 이 페이지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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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말한다.
"우리, 친구잖아."
이 말을 신랄하게 해석하자면 대략 이렇다.
"너에게 육체적으로 딱히 끌리진 않지만, 그냥 보험 하나 든다고 칠게."
남자가 말한다.
"그래, 우린 친구지."
이 말을 노골적으로 풀이하자면 대충 이렇다.
"네가 여자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건 아냐."
남녀 사이에 우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지루한 논쟁을 이제와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남녀관계에 대해 가장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조차도 자신만은 저 상황에서 예외일 거라 여기며 마음을 푹 놓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인간관계의 흔하고도 진부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입할 수 있을 만큼 대범하고 공정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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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연애 감정에 휘둘리며, 언제까지고 사랑앞에 담담할순 없다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연애 박사인것처럼 보이는 필자마저도 결국은 그저 사랑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여자일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건 내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마신 커피 한잔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커피맛이 쓰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