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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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궁금해서 장편소설을 잘 못 읽는 편이다.
한국사회에서 길러져 결과주의에 길들여진 탓인지, 소설이나 긴 글을 읽을때도 마지막이 너무 궁금해 맨 뒷장을 먼저 펴보기도 한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떠한 결말도 맺어주지 않은 진정한 ‘열린결말‘ 이었다.
안톤 체호프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이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바로 ‘열린 결말‘이다. 안톤 체호프를 극찬했다는 도프도예프스키 조차도 혹평을 했다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이 책을 도서관에서 고르게 된 계기는 온전히 일러스트 때문이었다. 얇은 단편 이라는 것도 눈에 띄었지만 표지에 그려진, 또 일러스트작가의 화집마냥 소설치고 많은 분량의 삽화가 실린 독특한 구성이었다.
게다가 현대적이고 시적인 느낌의 삽화는 소설 내용과 별로 관계가 있어보이지않으면서도 같은 감정의 선을 가지고 간다. 소설의 내용을 그려내기 급급한, 소위 자리차지용의 삽화와는 다른 흐름을 하고 있었다.

어느 휴양지에서 만난 남녀는 이미 가정이 있다. 몰래 숨어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몇 달을 지내는 그들의 결말이 궁금하기만 하다. 작가는 이 불륜남녀를 처벌할까, 아니면 로맨틱하게 이어나갈까.
예상을 깨고 작가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한창 사랑과 불안의 감정으로 달려나가던 소설은 느닷없이 끝나버린다.

결과주의에 물들어 있던 나에게는 이 소설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이내 앞에 그들이 지나온 과정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사뭇 미안해졌다.
어찌보면 참으로 허무하고, 어찌보면 너무나도 신선하고 그들 앞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남겨둔 이야기다. 일러스트와 함께 마음에 여운을 길게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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