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 중 하나지만 굳이 덧붙이자면 작품의 결말이나 아킨과 리온의 관계보다 리온이 걸어온 시간들에 더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 아니었나 해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나이에 용사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목줄에 매여 희생된 리온의 모든 순간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는 말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본인도 미지의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은 느끼면서 여전히 자신이 그때의 용사인 것처럼 용사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고 돕고 싶어 하며 그게 내 살을 파먹는 일이어도 돕는 걸 당연히 여기고 돌아오는게 이기심 뿐이더라도 상처에 아랑곳 하지 않는 마음은 대체 얼마나 큰 마음인지 상상이 가질 않네요
아킨이 어렸던 초반부 할머니와 셋이 지내던 때가 참 보기 좋았던 걸 생각하면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음울해질 수 밖에 없는 사건들 역시 힘들었구요 속이 시원하게 끝이다 이런 끝은 아니었지만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재앙으로의 끝을 봤다는 점에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