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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조각들 - 삼십춘기 화학 연구원의 방황 이야기
온정 지음 / 마누스 / 2022년 5월
평점 :
첫 페이지에 불안함을,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자의 든 타의 든 여러 번의 퇴사로 인한 좌절과 그로 인한 불안속에서 어떻게든 아둥바둥
살아가는 모습을 풀어 낸 글을 읽는 내내 맘이 쓰렸다. 그러나 이상하게 나는 글쓴이가 걱정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 글쓴이가 그려졌다.
“네 번째 퇴사 후 나는 결국 행성에 정착하는 걸 포기하고, 불안정한
위성으로서 삐뚤빼뚤한 나만의 궤도를 그려보기로 했다.
책의 많은 페이지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지만 나에게 최고의 한 줄을 꼽으라면 프롤로그에 적힌
저 문구다. 나 또한 10년을 다닌 회사를 스스로 나왔지만
불안정함 속에서 내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글쓴이의 4번의 퇴사를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길이 아닌 걸 알지만 안정감을 놓을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10년을 버텼고, 더
이상 내가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아무런 계획없이 일단 대차게 나와버렸다. 자발적 방황 속에서
나만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바닥부터 다시 다지고 있는 나에게 ‘방황이 조각들’은 쉼표가 되어주었고, 가쁜 숨에 정말이지 온정이 되어주었다.
“나의 방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또다시 안전지대 밖으로 던져진다면,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노련한 모습으로 부서져 볼 생각이다. 그 방황의
파편들은 이곳저곳을 방랑하고 허공을 부유하다가, 끝내 다시 모여 다음의 나를 만들 테니까.”
돌이켜보면 나 또한
매 순간이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제약 없는 자유를 만끽하고자 또 한 번 꽃길에서 벗어나 흙 길을 서려고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 않을 거다. 내
카테고리는
내가 만들어 나가면 되니까. 보란듯이 성공해서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