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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평점 :
《나의 완벽한 무인도》를 가제본으로 만났다. 한정된 독자로서 작가가 힘겹게 낳은 이야기를 맨 먼저 읽는다는 것과, 또 일반인에게 팔지 아니하는 물품을 맨 먼저 만난다는 것이 흥을 일으킨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에 이끌리는 것은 내 오래된 습벽 때문이리라.
조명 관련 회사의 회계팀에서 일하면서 경리부 배 부장의 위압적인 태도로 인해 절망감에 빠져 있던 차지안이 무작정 차를 몰고 도문항으로 왔다가 오현주 선장을 만나 한 달 정도 그녀의 집에서 지내며 뱃일을 도운 후에 도문항에서 가까운 무인도(지안은 소나무가 많은 이 섬을 ‘송도’라고 부름)의 한 폐가에 살면서 기억 속의 배 부장과 화해하며 자긍심을 키워 나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이다.
‘나’(차지안)는 현주 언니한테서 낚시하는 법을, 정화 언니로부터 물질하는 법을 배우고, 지하수와 빗물을 사용하며, 태양광 설비를 갖추어 이용하는 데다가 텃밭을 가꾸어 무탈히 생활해 왔으므로 무인도에서 좀 더 오래 지내는 것이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이 무인도를 떠나지 않을 작정을 하고 있을까. 그건 아니다. ‘나’는 마음이 큰 소나무의 뿌리와 줄기처럼 굳건해질 때 송도를 떠날 것이다.
내 고향 진고지 앞바다에는 다섯 개의 섬이 있다. 마을의 끝에 있는 선착장에 서서 보았을 때 왼쪽부터 학도, 구모도, 장장도, 수릉도, 부평도라 부른다. 학도는 학의 모양을 닮아서, 또는 학이 많이 모여 드는 곳이라 해서, 구모도는 거북 모양을 닮아서. 장장도는 길어서, 수릉도는 무덤을 닮아서, 부평도는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동네 조무래기들끼리 구모도까지 갔다 오는 수영 대회를 연 일, 뗏목을 타고 장장도로 건너가 해삼을 잡아 오다가 뗏목이 뒤집혀 고생한 일, 수릉도 멸치잡이 어막에 가서 멸치와 함께 삶아 말리던 호래기(꼴뚜기)를 골라 먹으며 놀던 일, 그 밖의 가지가지 일들을 기억 저편에서 이리 무더운 여름날로 데려와 주었다. ‘내 완벽한 섬들’에서 보낸 추억이 지상의 뜨거운 온도를 많이 낮추어 주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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