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2세 세트 - 전8권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달에 산 [바벨2세]. 처음엔 조금씩 읽어 나가던 것을 5권부터는 가속도가 붙어서 그대로 독파(물론 아껴 읽느라 하루만에 다 읽거나 하진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시큰둥한 감이 없잖아 있으면서도, 고전임을 감안하고 당시 어린아이들의 기분을 느끼며 본다, 라는 자세였는데.. 읽다보니 요미와 바벨2세의 대결에 빠져들어서 다음권을 읽지 않을 수 없게됐다.

많은 이들이 요미를 응원하게 돼버린 마음을 알 것만 같다. 요미의 작전이 성공해서 바벨탑에 드디어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됐을 때는, 나도 모르고 "아싸"라고 소리치고 말았을 정도였으니까... 지구 수호, 아니 솔직히 지구 수호에의 의지도 있는지도 모를, 바벨탑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만 강력해보이는 인간답잖은 바벨2세 보다는, 요미 쪽이 훨씬 감정 이입이 되고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바벨2세]라는 제목이 붙긴 했지만, 이것은 항상 바벨2세의 열등생으로서 존재해야만 했던 요미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요코야마 미쯔테루의 다른 작품인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읽었을 때처럼, 요미의 생애를 짚어 나가는 느낌이랄까.

순간순간 나왔다가 사라져갔지만 재기발랄한 요미의 능력자 부하들도 정말 볼 만 했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할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초반에 등장했던 저승사자와 후반부의 감염자들. 후반부의 에피소드들은 마치 좀비물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요미님'을 향한 부하들의 신뢰와 충성 또한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나 둘 처참하게 죽어나가며 "요미님! 살려주세요! 요미님!!" 하고 울부짖던 부하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바벨2세가 원망스러웠다.

다만 정의의 편에 감정이입을 그나마 할 수 있었던 점이라면 보안국장과 그의 부하 탓이겠다. 특히 후반부에 그 전까지 바벨2세의 활약을 모르고 있었던 자존심 강한 젊은 특수요원이 등장하면서 조금은 유머러스한 양상을 띄게 되는데, 응원하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정말로 "플레이! 플레이!!"를 외치며 바벨2세를 응원하는 그 둘의 모습은 정말 우스웠다.

개인적으로 7권까지가 정말 최고이며 딱이라고 생각이 든다. (소장본의) 마지막권인 8권은 초반 분위기와 그 소재가 굉장히 오싹하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허술한 마무리가 되어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건 이렇게 좋은 만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과감하게 구입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창작 등의 문제 때문에 작가 생전에 발매되지 못 했다던 [자이언트로보]의 단행본과 [마즈]의 단행본도 하루빨리 라이센스본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