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재밌게 읽은 책이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가져왔습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읽는데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퇴근시간이 기다려지게 만든 책이에요

책이 두꺼운 편이긴 하지만 내용이 재밌어서

오히려 책이 두터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책은 모두 5챕터로 나뉘어져서

각각 주제별로 민담을 잘 엮여서 나온 책이에요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겠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생각해볼 거리도 많기 때문에

중고등학생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와 그저 가볍게 듣고 넘어섰던 민담을

정확히 어떤 민담인지를 먼저 알려주시고

그 다음에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선을 바라볼 수 있게

의견을 제시해주셨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챕터1에서는 우리에게 정말 친숙한 이야기인 백설공주와 빨간모자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지만 자세히는 잘 몰랐던 내용인 청개구리 이야기

그리고 제가 최근에 읽었던 호랑이가 된 아내 관련 설화가 이어집니다.

챕터2에선 처음 듣지만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성모마리아의 이야기와 충성스런 요하네스

그리고 한번쯤 들어본 내복에 산다와 오누이 그리고 미녀와 야수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챕터3에서도 친숙한 라푼젤과 신데렐라, 콩쥐팥쥐가 나오고

처음듣는 이야기지만 이해가기 쉬웠던 왕이된 새샙이, 장미공주 이야기도 나옵니다.

챕터4와 챕터5에서도 헨젤과 그레텐, 푸른수염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현대와 고전소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들춰줍니다.

책을 읽는게 힘들다고 느껴지는 성인분들에게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은 술술 잘 읽혀지는 책입니다.

책 한권으로 20가지가 넘는 옛날이야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12월 크리스마스 선물 혹은 연말에 센스있는 책선물로도 건네주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선물로 한다면 정말 사람들이 모두 읽고 감탄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저는 정말 재밌게 읽었고

독서모임 주제로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부터는 책이 풀어내는 방식과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딱 하나의 옛이야기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소개해드릴 이야기는 바로 <열두 오빠> 입니다.

<열두 오빠>는 독일 민담으로 읽다보시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가 싶으실 겁니다.



옛날에 어떤 왕과 왕비가 열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딸을 간절히 원했던 왕은 아들이 태어날 때마다 실망했다.

왕비가 열세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왕은 기뻐하면서 만약 딸이 태어나면

왕자들을 다 죽이고 온 왕국을 공주에게 주겠노라고 말했다.

...열세번째 태어난 아기는 딸이었다

도망친 열두 형제는 숲속 어두운 곳에 있는 마법에 걸린 작은 집에서 살게 됐다.






어느날 공주는 우연히 열두개의 남자 속옷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자신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숲속으로 들어가 오빠들을 찾기로 결심하죠

오빠들은 찾았으나 공주의 실수로 그들은 까마귀로 변하고

우리가 이전에 자주 들었던 설화처럼 7년간 웃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아야 했죠.

공주를 우연히 발견한 왕자가 반해서 데려갔다가,

그녀를 시기한 왕비가 그녀를 화형대에 올리지만

결국 저주가 풀리면서 그녀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들었던 <백조 왕자>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백조가 아니라 까마귀라는 것이 다릅니다.

이 장면은 서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선택은 둘 중 하나지요

그 상태로 머물 것인가, 변화할 것인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주는 처음에 자신 때문에 오빠들이 쫓겨났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은 두가지였습니다

오빠를 찾아올 것인가,

무시하고 그대로 행복하게 왕궁에 있을 것인가.

그리고 공주는 왕궁을 나가 오빠들을 찾는 것을 택했습니다.

굳이 더 어렵고 험난한 길을 택한 이야기가 무엇일까요?





작가가 생각해보고 내린 대답은 바로 '내세우기'와 '누리기'를 중단하기 입니다.

상처받은 형제들과 같은 입장이 되기 위해서는 늘 혜택을 누리던

삶과 완전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수혜자와 피해자 사이의 심연이 메워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7년이라는 긴 시간이 바로 삶을 바꾸는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소녀가 헤냈기에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이죠





부모가 만든 문제를 자식이 감당하고 해결한다는 것,

혜택을 누리던 당사자 그것을 다 내려놓고 어둠을 빛으로 바꾼다는 것,

가슴이 뭉쿨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한 인간의 존재적 결단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지요.

서사의 변화는 이렇게 힘이 셉니다.

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삶의 주체로서의 인간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려운 결정, 어려운 길을 나아간다는 것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길을 택해서 간다는 것이

바로 영웅의 행동이 아닐까요?

오로지 외국 민담이 아니라 거의 같은 비율로 우리나라 설화도 나오니까

제대로 우리나라 민담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정말 좋은 책입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책,

<옛 이야기의 힘> 추천드립니다


***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솔직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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