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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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신과 의사> 라는 책으로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하시고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명견만리>와 <거리의 만찬>

출현하셨던 '김지용'님의 단독저서라고 해요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0분 걸렸어요.

책내용 자체가 흥미롭고 전개와 문체가 다정했기에 읽으면서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정신과에 대한 거리감이 있으신 어른분들, 정신과에 대해 흥미가 있는 학생들, 방문을 조금 망설이고 계신 분들께 한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었어요

굳이 위에 나열된 분들이 아니더라도 정신과 그 자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 정말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분을 찾아가는 성장기이자 분투기


아래에선 책에서 재밌었던 내용과 감명 깊었던 부분을 뽑아서 보여드릴게요.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까?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잘 지내기 위해 분명 필요한 것은,

힘든 일을 서로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다.

저자분께서 진료실에서 자주 들으시는 질문은 "-는 잘 지내는데 나는 왜..."라고 하셔요

내가 얼마나 불행한가를 털어 놓으시는데 만에 하나라도 아니다 식으로 답이 나온다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라는 답변이 돌아올 수 있으니 그저 들어주신다고 합니다.

조용히 듣고 계시다보면 조금씩 내담자분이 바뀌어나가시는 것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저 털어놓는 것만으로 내담자분들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신거죠.

책에서도 <뇌부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공통점으로는 "기존의 정신과 의사들 같지 않다"와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좋다"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서 '내가 더 괴로우니 넌 불평하지 말아라!'라는 답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왜 저럴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필요한건 '들어주는 사람'이였던 것이죠.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챕터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저자분처럼 한두번 숨을 쉬고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성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병원을 찾으시는 분이 예상보다 많다.

연애를 하다가, 결혼 생활을 하다가 받은 상처들.

혹은 어린 시절부터 이성의 부모에게 느껴온 부정적 감정이

성인이 되어서 이성과 맺는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있다.

마음의 상처를 가장 크게 받는 경우는 인간관계라고 합니다. 물론 외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저도 동의합니다. 일이 힘든건 그래도 눈을 질끈 감고 헤쳐나가야겠다 생각을 하지만, 인간관계는 눈 감을수록, 외면하려고 할수록 더 와닿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이성관계가 어려워서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글이였습니다. 또한 생각보다 강력한 무의식의 세계는 세상의 절반과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지만 동시에 다시 한 번 더 믿어보겠다고 도전하는 마음도 함께 있다고 합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회복하려는 모습은 모순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 회복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게 아니라 상담을 받는 법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하지만 저자분은 사람이 서로 만나고 이야기해서 회복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한 결과라고 알려주십니다.

제일 먼저 정신과 방문을 희망하는 것이 내담자의 첫번째 큰 도약이고 두번째는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것입니다. 모든 원동력은 찾아온 내담자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더 이상 아무도 믿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또다시 누군가를 믿고 싶어서 찾아온 내담자들. 찾아올 힘이 있는 만큼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고 일러주시네요.




완벽하지 않아도 어쨌든 좋은 친구라면 서로를 길들여갈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과정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에게 들인 시간이, 그 시간에서 느낀 희로애락의 감정이 서로를 더 특별한 사이로 만들어준다.

며칠 전에 읽었던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더 반가웠습니다. <어린 왕자>는 3년마다 다시 읽어보는 듯한데 그때마다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이번에 읽었을 때는 저자분처럼 관계에 대해서 특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왕자>는 처음에 우연히 찾아온 장미가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지구에 와서 보니 수많은 장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투정거렸던 자신의 장미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지구의 장미정원에서 걸음을 옮기죠.

그리고 길을 가던 중 사막에서 여우를 만나게 됩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해줍니다.





네 장미가 중요한 존재가 된 건,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누구를 만나든 자신의 생각 혹은 이상형에 가까운 이성이나 친구를 만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가 있습니다. 성격, 취향, 가치관이 맞지 않더라도 함께 지내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친구인 것입니다. 초등학교 동창이 될 수 있고 같이 아르바이트를 한 친구가 될 수 있고, 같은 취미를 공유한 사람이 친구 혹은 더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처음부터 완벽한 관계는 없다는 것입니다.

길들여가고 인내하는 과정 속에서 겪은 시간이 바로 서로 특별한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 시간, 대한민국이라는 하늘 아래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특별한 존재인지 다시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서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떠나고 나서야 장미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아름답게 은유적으로 표현했는가에 놀랐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완벽한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대상'이라고 표현해주시는데요, 저는 그보다 '내 곁에 있어주려고 노력하는 대상'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연락을 하려고 노력하고, 도와주고 싶어하고, 계속해서 연은 끊고 싶어 하지 않는 친구, 좋은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함께 기뻐하게 해주려는 친구, 슬픈 일이 있으면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말하면서 부담은 주지 않으려는 친구 등 돌아보면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만 남아 있어서 참 행운아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글의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남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나와 남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 멈칫했던 부분은 바로 여기였습니다. 매년 다이어리에 새해목표를 세우고, 아침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살펴보고, 저녁에는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하고 내일 계획을 세워야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매달 무얼 이뤘는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읽어보고 매달 반성하고 다시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워보고 내년 계획도 생각하곤 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했어도 이건 다른 사람에 비하면 여전히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해왔고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족한 것이 많다고 그게 꼭 실패자의 인생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나는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에 잠겨있기도 합니다. 타인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합니다. 저는 편협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심리학책이나 강의를 자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분이 여기서, 이 책을 읽고 펼치고 있는 것만으로 타인을 노력하려는, 나와 남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주시는 대목에서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구나 라고 느껴졌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시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심리학책은 매번 놓치지 않고 읽고 계속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료실 밖에서까지 나와의 인연이 이어진다면 현실적 성장을 가로막는 일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관계는 정해진 선을 지켜야만 한다.

내담자분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시는 것은 '나는 이만큼 나의 속마음을 들어냈는데, 선생님은 미동도 없으시네. 난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선생님은 나같은 사람이 수십명이겠지.' 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수많은 내담자 중 한명에 불과하다고요. 하지만 저자분께선 한분 한분이 모두 단지 종이와 진단서에 남는 분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분이시라고 하십니다.

의사선생님도 사람인데 당연히 그러시지 않으실까요?

다만, 정신과 의사, 심리학에 대해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환자-의사와의 관계, 선에 대해서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아시기에 조심하신다고 합니다. 잘못하면 조력자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신임은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지 못하고 타인이 시키는 일에 따르려고 하게 되고 수동적인 인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아끼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한걸음 물러서주는 것이 정말 힘들지만 내담자를 위해 꼭 그들이 독립적으로 변하고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그렇기에 상담을 받고 나서 뚝 연락이 끊겼다고 섭섭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담자분들이 얼마나 지금 잘 지내고 있는가를 알려주신다면 마음 편히 계실 수 있으시니까요.


생각보다 재밌고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아서 책을 읽는데 시간 가는줄 몰랐네요. 책을 다 읽고나서도 또 생각이 나서 다시 읽기도 했습니다. 아마 책을 다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책을 읽고나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정신과에 대해서 안좋은 인식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데 무조건 질환이 있다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찾아가기도 하니, 주변에 계시는 분들 중에 선입관이 강하신 분이 계신다면 이 책 혹은 팟캐스트를 시청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솔직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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