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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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주에 데려온 책은 <속도에서 깊이로>라는 인문학입니다.


한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생활하게 되며 깨달은 내용들로 있는데요

책 제목과 달리 선-휴대폰 잃어버림 ---> 후-깨달음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아래의 전제로 시작하여

3부에 나오는 <내 안의 월든숲>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철학, 즉 더 올바르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은 바로 과거에 있다.




1부에서는 아래의 내용처럼 미래에 대한 풍자로 시작하고

2부에서는 과거의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을 살펴보고

3부에서는 그 방법을 정리하여 나열해주었습니다.

시간이 없으시고 핵심 내용을 원하신다면 3부를 먼저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내용이 특히나 어렵지 않기에 3부를 먼저 읽든, 2부를 먼저 읽든 관계 없었습니다.

솔직히 내용의 재미로만 따져 말하자면 2부 > 3부 > 1부 순이었습니다.

1부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내용이 생각보다 장황하고 내용이 일정치 않아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2부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과거 철학자, 현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기에

우리가 재미있게 즐기고, 3부를 기대하게끔 해줍니다.

3부는 1부와 2부 내용의 결과를 내놓는 장으로 가장 중요한 챕터입니다.

어쩌면 2부를 읽지 않고서는 왜 갑자기 넘어갔을까 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내용 자체는 쉽게 읽혀지는 부분이니 읽는데 어려움이 없으실 겁니다.

아래로는 책 내용을 잠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내적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 혹은 "이게 바로 삶이야!" 라고 느끼게 만드는

'뇌안의 영상'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깊이'다.

...깊이는 우리가 체험하는 삶의 단면들과 진정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느끼는 자각, 감정, 이해의 폭이다.

위의 대화만으로 본다면 "깊이"라는 것은 무언가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아래 내용을 살펴본다면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우리가 하는 일, 정확히 말하자면 일하는 모든 순간 역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깊이 있는 경험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가능하다.

...진심을 담아 이메일을 쓴 적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에세이를 온라인상에서 읽은 적이 있다면 누구나 이에 동의할 것이다.

"깊이"를 느끼는 방법은 많이 있다.

나의 경험을 말하자면, 지난달에 읽은 <알파벳과 여신>이라는 책은 나에게 책의 정의, 깊이를 일깨워준 책으로 나에게 아주 깊은, 깊이를 담아준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인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해주었고 돌아온 후에도 음식을 대접해주었다. 하지만 대접을 받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한밤중에 잠이 오지 않아서 핸드폰 앨범을 열어보니, 그제서야 떠나기 전, 돌아온 후에 모두 음식을 대접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제서야 지인이 얼마나 나를 챙겨주었는가를 느꼈다. 이 감정 역시 깊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여행 중간중간, 강아지를 산보시키고자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지나가면서 우리 강아지도 산보나가면 저러는데 하고 웃으면서 걸어지나갔는데 점심식사 중 갑자기 애완동물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리 강아지가 걷는 모습이 회상이 되었고 그 모습을 생각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도 한참동안 내 머릿속에 강아지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면 이 역시 깊이다.

책의 저자는 "깊이"는 분명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든 느낄 수 있으나- 핸드폰을 사용하든, 컴퓨터를 사용하든-

그 일차적인 감정과 감각, 경험은 매체를 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통해서 얻어낸 것이고

그 일차적인 시도가 있지 않다면 그 이후에 얻게된 이차적 경험은 결코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차적 경험은 일차적 경험의 부재시에는 생겨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핸드폰에서 잠시 손을 떼고, 일차적 경험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래 한가지 내용이 더 있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홀로 서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얼마나 신선한가!

그때가 바로 성인으로서의 삶이 진짜 시작되는 순간이다.

혼자라는 진정한 의미를 먼저 이해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혼자 있는 것과 고독을 다르다. 또한 타인을 의식하며 혼자 있는 것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혼자란 말그대로 타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인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언제나 혼자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것은 상당히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비록 혼자라고 생각할지언정 내 곁에는 내 가족이 있고, 내가 슬퍼하면 함께 슬퍼해줄 친구가 있고,

고개를 돌리면 나에게 손을 내밀어줄 이웃 혹은 하다못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는 법이다.

이는 결코 홀로 서있는 사람이 아니다.

현대인은 그저 커피숍에서 혼자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혼자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이건 타인의 시선을 의지하며 자기 위로, 현실도피 혹은 잠깐의 휴식에 불과하다.

홀로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에도 타인이 나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저자처럼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갇혀진 보트 위는

자의로 인한 홀로서기는 아니었으나- 이를 불안함을 넘어 시원함, 상쾌함을 느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고립된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는데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이처럼 혼자 있음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결코 혼자 있기, 디지털에서 떨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보트 위에서 핸드폰을 던지는 행위를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3부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설명해준 것이다.

그 3부로 넘어가기 전, 2부에서는 현인들의 이야기를 잠시 꺼내들었다.



우선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영혼을 날개 달린 말 두 마리가 끄는 하늘을 나는 마차에 빗대어 설명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인간의 선한 측면, 즉 선을 상징하고 또 한 마리는 부정한 측면, 즉 악을 상징한다

....하지만 말을 다루기가 쉽지 않고 특히 사악한 말은 도통 말을 듣지 않아서 가끔 두 마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도 한다.

흔히 오른쪽 어깨에는 천사가 앉아있고, 왼쪽 어깨에는 악마가 앉아있다고 말하곤 한다.

혹은 오른손은 선한 행위를 하는 손이고 왼손은 불결한, 부정한 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악과 선은 동행한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럼 우린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를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소크라테스가 말하는건 그 길을 시골길로 향해보라는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길과 번뜩이는 빛이 도사리고 있는 현란한 도시의 길은 두 마리의 말 역시 시선을 빼앗기고 아찔할 것이다.

또한 도시의 길은 많은 사람들이 마차를 두고 달리고 있기에 엎치락 덮치락 하며 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경쟁이 일어나고 누군가를 제치고 지나가며 자신의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골길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다.

평화로운 시골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앞의 길을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무조건 도시의 길이 답이 아니라 시골길 역시 하나의 길이라는 이야기다.

책내용 중에 간혹 내 시선을 빼앗은 구절이 있어서 남겨본다.

호기심은 인간의 당연한 덕목이 아니었던가?

메일을 좀 확인해보면 어때?

소셜 네트워크 친구들은 지금 무러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뉴스 사이트를 훑어본 게 언제였더라?


이번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면서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면 핸드폰 와이파이를 연결하고서는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및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일과였다. 물론 오전에는 일어나자마자 카카오톡으로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조식을 먹으며 네이버 뉴스로 한국소식을 전해드리기도 했고 날씨정보를 알려드리곤 했다.

이는 나에게 있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나 하루 1시간을 넘지 않고자 했다.

하지만 정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까?

가족들은 연락이 닿지 않으면 타지에 있을 나를 걱정할 것이고

메일과 블로그는 만에 하나를 위에 다만 켜보고 답변할 것이 있으면 살펴보고

날씨는 항상 예의주시해야만 옷차림을 결정하기에 당연하고

한국 뉴스는 서너개만 살펴보고 바로 꺼버리기 일수 였다.

다만 아예 하지 않았으니 그것이 문제다.

이런 범위 내에서라면 나 역시 인터넷, 휴대폰 없이 살수 없는 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가장 맘에 들었고 또 공감가는 내용을 말하자면 <몰스킨>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 역시 아직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있는지 다이어리는 무조건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를 선호한다.

핸드폰 다이어리를 몇번 시도해보긴 했으나, 익숙하지 못함에 접어버렸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결코 책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였다.

사람들이 대부분 디지털북이 시작되면서 <종이책>은 더이상 상용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어느 지점에 가든 서점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비슷하게 도서관 역시 사람들로 아직까지 가득 남아있다.

인터넷 서점은 전자책뿐만이 아니라 종이책 역시 잘 팔리고 있다.

사람들이 아직까지 전자책에서 바꾸지 못한 이유로 크게 <촉각>을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책이란 손으로 만져지고 넘어가야만 읽힌다는 생각으로 종이책을 선호하고 있다.



이 마음과 비슷하게, <몰스킨>처럼 종이 다이어리가 사랑받고 오랜기간 자리매김해온 이유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새로운 몰스킨 수첩을 샀다고 한들, 내 마음 속에는 이미 그동안 써내려간 몰스킨 수첩이 마음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책은 처음에 읽는다면 거부감이 들수 있다. 왜냐하면 1부의 장황한 내용은,

이 책을 고른 사람들이 원하는 탈디지털에 대한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와 추론, 생각을 나열했기 때문이다.

탈디지털에 대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3부에서 시작, 2부에서 끝나기를 선호하나,

책에 대한 재미를 점점더 텐션을 올려 읽고자 한다면 1부에서 차례대로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책이 아직까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2부에서 3부, 마지막으로 1부에서 다시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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