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란성 쌍둥이, 그것도 7분 차이 동생으로 태어난 나의 어린 시절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피할 수 없는 경쟁자이자 동반자가 늘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다. 외모도 다르지만 성격도 정 반대였던 언니. 태어날 때부터 언니보다 훨씬 작게 태어나, 빽빽거리면서 엄마를 떨어질 줄 몰랐던 나 대신, 언니는 6개월 간 큰 고모댁에 가서 지내게 됐고, 덕분에 친지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아이였다. 그런 언니에게 알게 모르게 시기와 질투를 느꼈던 나는 본능인지 아니면 성격인지 참으로 욕심도 많고, 어떻게 해서든 관심을 끌어오려고 이래저래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렇기에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란 이 소설 '의자뺏기'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겼고,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봤다.

 

 외할아버지의 유산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뱃속에 생긴 아이를 핑계로 지오와 은오 중 한 명을 부산 외할머니 댁에 놓고 가기로 했다. 누가 남을 것이냐에 대해 밤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엄마 아빠의 음성에 은오는 잠을 못 이루게 되고, 다음날 은오가 부산 외할머니댁에 남겨지게 된다. 아이들의 의지라고는 눈꼽만큼도 반영되지 않은 선택이었다. 엄마는 지오의 피겨 스케이팅을 위해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은오는 아빠의 누구하나의 희생으로 집안이 평화롭다면 참아야한다는 말에 그게 왜 본인이어야 하는지 억울함을 내새우지 못한 채 그렇게 다른 공간에서 둘은 성장하게 된다. 엄마의 기대에 못이겨 피겨를 탔지만 결국 그 길을 포기하게 된 지오는 그 열정을 공부에 쏟아붓느라 바빴고, 홀로 남겨져 거대한 피해의식에 쌓여 자라는 은오에겐 다행히 선집이라는 친구가 생기게 된다. 첫사랑인 지오가 귀신의 혼령이란 말에 선집은 은오와 함께 상상 속의 지오를 생각하며 어린 시절 추억을 쌓아올리고......

 부모님의 이혼과 급작스럽게 진행됐던 사업, 그리고 외삼촌과 엄마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다른 공간 속에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자라난 두 자매는 결국 한 공간에 같이 살게 되고, 고등학교 역시 같은 반이 된다. 공부만이 살아 남을 길이라 여겨 독하게 공부하는 지오와 달리 공부엔 취미 없이 낯선 공간에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떠밀려온 은오는 본인이 정착할 집단이 그리운데...

 그런 와중에 분장학원에 다닌 다는 이유로 같은 반 선미의 권유에 밴드의 분장을 맡게 되고, 처음으로 어느 한 집단에 끼게 된 은오는 처음 마신 술기운을 빌어 행복의 큰 소리를 내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무리를 쥐락 펴락 하는 선미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제외된 은오, 다행히 밴드에서 다시 만난 선집의 도움으로 그룹에 남을 수 있게 됐고,더욱이 본인에게 노래의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무렵 외삼촌과 엄마가 투자했던 콘도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고, 결국 금전적 이유로 둘 다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외숙모의 말을 듣자, 의자뺏기에 나서게 되는 은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집단에라도 소속되지 못하면 불안해 하는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고, 나만의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에게 '너만 힘든게 아니야~.' 하는 위로와 동시에 철저하게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닌,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내 몫을 챙기므로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건강한 경쟁의 모습을 배울 수 있다. 사실 아픔 없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하지만 본인의 아픔이 가장 크고, 본인의 결핍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이 가장 본인을 힘들게 할 수 있음을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기에 이 책은 청소년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사실 피해의식이라고 하는 것은 형제 뿐만 아니라, 내가 처해진 환경,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심, 질투 등에서 형성되기 마련이고, 그러한 피해의식은 스스로 풀어내지 않으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곤 한다. 모르긴 몰라도 10대 시절 그 피해의식때문에 길이 아닌 길을 걷게 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의도하지 않게 삐뚫어지는 친구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하고, 또 잊혀진 본인의 자리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격려를 북돋는 이야기 '의자뺏기'

사춘기로 마음 앓이 하는 친구들이 이 소설과 함께 봄날의 햇살에 눈이 녹 듯 마음에 생긴 응어리들을 풀어내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