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차 오는 날 이야기 별사탕 2
박혜숙 글, 허구 그림 / 키다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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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 우리 큰 집엔 언니가 넷이나 있었다. 워낙에 나이 차도 많이 나는 큰 두 언니들과 우리와 한 두 살 터울의 막네 언니. 그리고, 그 언니들이 살던 동네가 다름 아닌  이 책 [물차 오는 날]의 공간과 퍽 닮아있었다. 서대문 근처였던 듯 한데, 언니네 집은 좁은 돌담 계단을 한 참을 올라가야 나왔고, 아주 작은 마당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화장실도 신을 신고 나와 대문 옆 공간에 컴컴한 푸세식이었던 것 같다. 추운 겨울, 오늘 같이 눈이 많이던 날엔 언니들하고, 좁은 방에 이불을 덮고 둘러 앉아 놀던 아련한 기억. 사정상 지금은 큰 집과 연이 닿지 않지만 이 책 [물 차 오는 날]을 읽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떠올랐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초까지, 달동네에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물차가 왔었나보다. 사실 나도 80년대 생이라, 그 시절에 대해서는 잘 아는바가 없지만 이 그림책으로 그 때 그 시절의 느낌들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이순이는 딸 부잣집 둘째 딸이다. 이름만 봐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 아마 다들 할 것이다.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를 온다는 설렘에 신이 났으나, 한강과 아파트들을 지나 도착한 곳은 작은 산동네였고, 낡은 대문 앞에 도착했을 무렵 그 실망감은 더욱 컸다. 

 

 

 

엄마와 아빠가 출근하면 늘 대장 노릇을 하며, 손바닥까지 때리는 일순이 언니를 피해 이순은 달고나 장사 앞에 가서 앉는다.

 

 

 

 

오늘은 수돗물이 나오는 날이다. 수돗물은 동네에서 딱 한 집, 골목대장 영우네만 있기에 사람들은 영우네 집 앞에 줄을 서고,

차례차례 물을 받다가 일순이 언니 차례가 되자 그만 물이 딱 끊겨버리고 만다.

 

 

 

 

 

지금은 어딜가나 수돗꼭지만 틀어도 콸콸 나오던 수돗물이 금쪽가같이 귀하던 시절, 빨래는 동네 개울에서 했고,

그렇기에 일주일에 두 번 무랓가 오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서로 먼저 물을 받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여러사람들이 서로 물을 받겠다고 난리를 치던 때에 일순언니가 잽싸게 호스를 잡았으나, 영우 엄마의 엉덩이에 밀리게 된다.

하지만 오뚝이 같은 일순 언니는 호스를 다시 잡아 채 물을 받기 시작하는데.... 

 

 

 

 

이를 달갑지 않게 본 영우 아줌마는 호스를 내놓으라고, 큰 소리를 치고, 이에 지지 않는 일순 언니.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순이. 과연 이 자매들은 두 통의 물을 다 받을 수 있었을까?

 

 



물차의 물을 받기 위한 그 시절의 이야기들.

이순이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행동과 물을 받고 난 후의 달동네 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그림책으로 만나보시길.... 


이 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살던 가장 높은 마을 '달동네'에 대해 사진과 함께

아이들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져있다.

 

책에 보면 인천에 '수도국산 달동네 마을 박물관' 이라는 곳이 있다는데...

이번 겨울 방학에 아이들과 그림책에서 봤던 달동네를 구경하러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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