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쟁이 그레타 생각하는 분홍고래 6
토르보르그 러볼러도 메이싱세트 글, 아킨 두자킨 그림,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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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한 해, 한 해 변화하는 아이들. 작년까지는 천방지축이었던 둘째가 요즘은 동네에서 같이 어린이집을 다니던 친구들을 보면 인사도 못하고, 얼굴을 돌리고 만다. 심지어 선생님을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기에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부끄럽단다. 이제 부끄러움을 아는 때가 된 건가?

 그런가하면 그렇게 부끄러워서 동네 어른을 보고도 인사도 제대로 못하던 녀석이 요즘은 혼자서 세탁소 심부름도 잘 하고, 가면 '안녕하세요?' 큰 소리로 인사도 잘 한다. 역시 아이들이 자라는 하나의 과정인가보다. 사실 큰 아이가 동네 어른을 보고 인사를 하지 않아 참으로 민망해서 아이를 다그친 적도 있었는데... 다 때가 되면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나보다. ㅎㅎ

 

 이 책 [부끄럼쟁이 그레타]를 보니, 딱 우리 딸들이 생각났다. 책 속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 딸들에게서 한번씩은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니까. 고개를 숙이고, 뭔가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 하지만 난 이제 알고 있다. 그레타도, 그리고 우리 딸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사실을.

 

오늘은 그레타의 우쿠렐레 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안그래도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회를 한다는 것이 어찌나 부담이 되었겠는가? 주인공의 표정에서 그 긴장감과 걱정이 한 가득 잘 나타나있다.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모두 그레타를 보는 것만 같아 점점 더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그런 그레타에게 무심한 작은새는 '느림보'라며 마음 속에 돌을 던진다.

 

그렇게 길을 가던 그레타는 그나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오래된 떡갈나무 앞에 서게 되고, 떡갈나무는 곧 친구들과 놀 수 있게될 거라고 위로를 해준다. 그러던 중 바람을 타고 구름이 그레타를 찾아 온다.

 

구름은 그레타에게 아이들에게 다가가 함께 놀자고 제안하지만 그레타는 모르는 아이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구름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 구름과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뒤로 하고, 부끄럼쟁이란 사실을 들킬새라 그레타는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데... 그런 그레타를 구름이 전차로 끌고 간다. 

 

전차 안의 많은 사람들이 그레타를 보는 듯 해서 얼굴도 들지 못하던 그레타는 사람들이 구름을 보는 것이란 말에 안심을 하며,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런 구름과 함께 그레타는 조금씩 용기를 내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그러던 중 늘 그레타를 놀리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을 구름이 혼을 내주면서 둘 사이의 우정의 끈은 더욱 탄탄해진다,

 

축제에 가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 시무룩해진 구름을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쿠렐레 연주를 시도하는 그레타. 이젠 더 이상 부끄럼쟁이 그레타가 아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축제를 한 껏 즐긴 그레타는 회전 관람차에서 구름과 작별을 한 후. 세상은 정말 재미있고, 멋진 곳임을 느끼게 된다. 

 

고양이와 다시 만나는 그레타의 발걸음은 출발과는 전혀 달라보임이 마지막 페이지에 잘 나타나있다.

 

 

그림이 참 독특해서 한 장씩 넘길때마다 그림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 [부끄럼쟁이 그레타] 책을 받자마자 읽은 큰 아이에겐 이 책 속의 사람들 눈이 인상적이었나보다.

"엄마 여기 이 그림 속의 눈은 진짜 눈이야?" 하던데... 아마도 그레타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그만큼 크고 강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작가의 터치였겠지?

 

 이제 막 부끄러움의 세계에 들어선 아이와 그리고, 이제 막 부끄러움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아이가 함께 보기 좋았던 책 [부끄럼쟁이 그레타].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인 내가 구름과 같은 존재가 되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두 아이들도 세상은 정말 재미있고 멋진 곳임을, 사람들의 시선은 두려운 것이 아님을, 세상으로 나와서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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