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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가? ㅣ 리틀씨앤톡 그림책 12
백미숙 글, 서현 그림 / 리틀씨앤톡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예비초등이 되다보니, 유치원 등원을 시키면서 옹기종기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남같지 않게 느껴져서 더욱 유심히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매일매일 만나는 친구이지만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쫑알쫑알 떠들며 가는 아이들도 보이고, 늦었는지 헐레벌떡 까치 머리를 하고 뛰어가는 남자 아이들도 보이고, 교문을 들어서면서 지킴이 아저씨께 꾸벅 인사도 잘 하는 아이들도 있죠. 지금은 2학기라 그런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올 해 초엔 유난히 어깨가 무거운 모습으로 바로 옆에 있는 학교를 기어가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책 속의 주인공의 모습이 딱 그 아이들 같아서, 그리고 책 속의 몇몇 페이지는 저의 어린 시절 학교가던 마음과도 같아서 참으로 공감이 많이 된 책인 것 같습니다.

처음 학교가는 날인데...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나, 심지어 삼촌, 고모, 누나나 형이 함께 학교에 같이 가는데... 혼자 가는 애는 나뿐입니다. 그 마음이 주인공의 그림자 속에 가득 나타나있죠?

학교에 혼자 가는 것이 참으로 싫은 나는 거북이와 함께 학교에 갑니다. 그렇기에 학교는 너무 멀게만 느껴지죠.

혼자 학교에 가는 아이마음. 이번엔 뱀처럼 기어갑니다. 구불구불 기어가다보면 어느 덧 학교에 도착하는데요.

그렇게 며칠을 학교에 가다보니, 이제는 학교가는 길이 조금씩 즐거워 지는 것 같습니다.
따스한 햇살도 느끼고, 새싹도 보며 학교에 가고, 나비와 꽃을 보며,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은 짜증이 날법도 한데... 박쥐같은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죠. 그리고 이젠 콧노래도 나옵니다. 학교가는 길이 낯설기보다, 즐겁다는 증거겠죠?

준비물이 많은 날이나 숙제를 하지 않은 날은 학교가는 길이 한 없이 길어지고, 힘이드는 아이.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다랐을 때, 바닥 왁스칠 할 걸레를 가져가지 않아 엉엉 울며 교실에 들어섰던 1학년, 그리고 숙제를 하지 않아서 선생님께 뭐라고 해야할지 걱정하며 두근두근 대는 마음으로 등교하던 2학년.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학교에 하루하루 적응을 하다보면, 친구도 생기고, 학교가는 길은 더 이상 길지도, 두렵거나,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빨리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날 생각에 얼룩말처럼 달리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젠 친구와 재잘재잘 도란도란 맛난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에 간답니다.
두 아이 뒤의 그림자 속에 학교가는 길의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그려져 있습니다.

이제 곧 입학할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우리 큰 아이. 이 책을 보고서는 자기는 누구랑 학교에 가는지 묻습니다. 지금처럼 유치원 버스도 타지 않을 것이고, 학교에 가면 또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될테니까요.
학교에 대해 새록새록 궁금한게 많아지는 아이에게 '즐거운 학교가는 길'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따뜻한 그림책 [누구랑 가?] . 기관에 가기를 거부하는 아이에게도 두려움이나, 고정관념을 바꿔 주는 좋은 그림책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