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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요즘은 아이들을 재우려다 늘 먼저 잠이 드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등원 후에 해야할 가사일도 있지만,
어찌어찌 짬을 내면,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도 갖을 수 있는데도, 막상 그 시간을 마음처럼 쓰지 못한 하루하루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늘 아이들과 분리된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꿈꾸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던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이 책을 지은 저자 수전 스펜서 - 웬델은 20년 넘게 법원기자로 활동했으며, 아이 셋을 둔 엄마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ALS(루게릭병)이 찾아왔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검사를 받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절망하는 대신에 남아 있는 날을 기쁘게 살아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집 마당에 치키치키 오두막을 만드는가 하면, 가족, 친구들과 유콘, 키프로스, 뉴욕, 헝가리 등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특별한 추억을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떠나는 여행.
여행을 다니게 되면, 근육손상이 더욱 빨라지고, 한 번 손상된 근육은 회복될 수 없지만, 그 만큼 더 행복한 추억, 기쁜 기억들이 남게 되기에 그녀는 쉬지 않고 여행을 합니다. 특히 그녀의 세 아이, 머리나와 오브리, 웨슬리와 1:1로 떠나는 여행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는가를 느끼는 동시에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그녀는 친구 낸시와 '유콘'으로 향했으나, 기대했던 '오로라'가 나타난 그 순간 그녀는 넘어지고 말았고, 결국 오로라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났던 과정과 친구 낸시와의 함께했던 또 다른 추억들에 만족을 합니다. 아이들과의 여행 역시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매 순간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자체에 고마움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지금 여기에 감사할줄 아는 자세'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이 책은 루게릭병을 앓는 이들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 아닙니다. 오히려 루게릭병을 앓게됨으로써 그 동안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순간의 아름다움, 주변의 고마움을 이야기하기에 저와 같은 평범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했습니다.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그 순간까지 스스로와 주변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 작가 수전에게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녀의 글을 통해 지금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늘 귀찮게 여겨졌던 큰 아이의 잠버릇, 제 살을 꼬집어 뜯는 아이의 잠버릇 조차 감사함으로 여기고 잠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와서는 두 팔을 벌려 저를 꼭 안아주는 둘째의 따뜻하고 작은 가슴과 애교 많은 미소. 또, 군것질대마왕, 코골기 대왕이지만 우리집 세 여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부탁이든 잘 들어주는 남편. 여전히 곁에서 힘들 때면 가장 먼저 달려와 주시는 양가 부모님, 형제들까지도.... 모두모두 감사해야겠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과 조금은 먼 미래를 걱정하며 살았던 스스로에게, 지금, 여기가 더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아무쪼록 제 안에서 오래오래 머무르며, 제 삶의 긴 행복을 유지시켜주길 바랄뿐입니다.
<< 책 속에 나를 울린 글>>
- 그 일이 끝났다고 울지 마라. 그 일이 일어났음에 웃어라 by 닥터 수스 -
- 가진 것에 만족하라. 있는 그대로에 기뻐하라.
부족한 것이 없음을 깨달을 때 온 세상이 당신의 것이다. - by 노자 -
-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