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손 - 사랑, 성실 노란돼지 창작동화
박정희 지음, 무돌 그림 / 노란돼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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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그림책을 보다보면 그림표지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책들이 있다.

'깨끗한 손'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행복해 하는 한 소녀의 얼굴.

과연 어떤 내용의 이야기일까?

이 글은 박정희 할머니가 1960년대 초반 글을 쓰고,

첫째딸 유명애 선생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책으로

넷째딸 유순애의 실제 이야기로 꾸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화라기보다 옛날 누군가의 일기를 들춰 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 작품에 대한 해설은 작품 끝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에 실려 있다)



책의 맨 첫 페이지에 1960년대에 쓰여진 이야기란 친절한 설명이 나온다.

이 설명이 없으면 아마 아이들은

"엄마 이 책 속에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말해? "

하며 어색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이 쓰여진 시기의 어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살펴보면 언니들과 다르게 얼굴도, 이도, 손도 검은 순애는 본인의 외모에 대해 컴플렉스가 있었고,

그런 까닭에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그와 다르게 살결도 엄마처럼 희고, 공부도 잘 하는 언니를 보며,

걱정이 많은 순애는 늘 자신의 걱정을 덜어주는 어머니에게 걱정거리를 털어 놓는다.


목욕탕에서 빨래를 하고 계신 어머니는 얼굴과 손이 검고, 새로난 이도 누래서 걱정이며,

시험 성적도 좋지 않다는 딸의 걱정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해결책을 제시해주신다.

과연 '어머니 말씀처럼 태어날때부터 검었던 얼굴과 손이 하얘질까?' 의심하던 순애는

그래도 못이기는 척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양말과 손수건을 빨고, 세수도 하고, 손도 닦으면서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빨래를 하고서 깨끗해진 손수건과 양말을 널다보니 어느 덧 손도 하얘지고, 얼굴도 하얘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순애.

결국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도 딴짓 하지 않고, 열심히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덕분에 시험 성적도 100점을 맞아 선생님께 칭찬을 받는 순애. 얼굴 표정에서 그 행복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곤 어머니께 자랑스럽게 시험지를 보여주며 한 껏 맑은 웃음을 보이는 주인공.

이젠 순애의 마음만큼 얼굴도 손도 정말 하얗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받아서 읽을 때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내가 어렸을 적 외갓집의 안방이 떠오르고, 툇마루가 떠오르고, 추운 겨울 날은 정말 가기 싫었던 화장실도 떠올랐다. 1960년대라고 하지만 나 어릴 적 외갓집의 모습도 그 때와 많이 닮아 있었으니...

그리고 책을 바로 덮지 못하고, 곱씹어 읽다보니 주인공의 표정 하나하나가 글 속에서 살아나는 듯 했다.

오랜만에 우리의 옛 삶을 그대로 살려낸 온전한 우리 이야기를 만나 푸근해진 느낌이 들었다.

좋은 창작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만의 색깔과 말, 생활, 감정 등을 싣고 있는 책들을 요 근래 만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 '깨끗한 손'은 우리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어주고, 또 그림들을 보며 '예전에는 이렇게 생활했었데' 하고 이야기도 나눌만하다는 점에 큰 가치가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아이들이 잘 모를법한 단어들을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기에 1960년대 생활을 좀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노란돼지의 다른 창작책들도 만나보고 싶은 욕심도 들었다.

다양한 책읽기가 필요한 요즘 참 좋은 책을 만나 마음 푸근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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