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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 책을 통해 넓힌 시야로 불어오는 블리스의 바람
김옥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6월
평점 :
날이 더워진다.
낮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데
움직임은 시간만큼 느려진다.
하루를 더 길게 쓸 수 있는데
마음의 속도를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억지로 몸을 움직이느냐,
아니면 조금 쉼을 두고 숨을 돌린 뒤
다시 나를 살살 달래 움직이느냐
기로에 선다. 이럴 때 내 마음을 달래기
좋은 방법은 에세이 읽기다. 소설은
자꾸만 뒤 내용이 궁금해져 멈추기가
힘든데 에세이는 한 꼭지씩 짧은 호흡들이
여러 개 있으니 틈틈이, 짬짬이 읽기에
그만이다. 거기에다가 내 마음이 오버랩되는
글을 만나면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마법이 펼쳐진다.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김옥란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는
더위에 지치고, 할 일에 지친 내 마음을
살살 달래 다시 나를 움직이게 만든
에세이였다.
'책을 통해 넓힌 시야로 불어오는
블리스의 바람' 이란 부제와
책 얼굴에 그려진 그림들이
지친 마음을 쓰다듬었다.
"중년, 나 혼자 우아하고 멋지게 산다!"
똘끼 여사의 엉뚱 발랄 중년 이야기란
책 소개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라
책을 서둘러 펼치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이상 독서논술학원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만 권의 책을 읽고,
시인으로, 화가로, 작가로,
게스트 하우스 지기로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는 중년의 멋쟁이다.
교보문고의 책 냄새를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즐기며,
책 욕심이 많다는 점,
나에게도 익숙한 영진 해변을
자주 즐기며 그곳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는 점,
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야 마는 점 등
여러 면이 작가와 나 사이에
교집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작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섭렵한 책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여러 작품들이 에세이 곳곳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등장해 일상을 엮었다.
그렇기에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궁금해졌고, 쉽게 도전할 수 없었던 책들도
도전해 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다.
책 빼고 미니멀 라이프 부분은
한동안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거실의 서재화를 포기하고,
방 하나를 서재로 재탄생 시켰다.
보지 않는 책들을 대거 정리했으나
어느새 책장은 다시 책으로 채워져 있다.
난 아직 만 권의 책까지는 읽지 못했다.
작가는 만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나니 여러 가지를 아웃풋이 나와 시인으로,
화가로 거듭났다고 했다. 아무래도 책장 정리는
만 권 독서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인문 교양을 비롯한 책 읽기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재테크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옥란의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중에서
재테크와 돈 공부 서적 역시
내 책상에서 떠나지 않는 책들이다.
그러나 그런 책들만 읽다 보면 닭가슴을
연달아 먹은 듯한 퍽퍽함이 밀려온다.
그럴 때 소설, 에세이, 시 등의 문학 작품을
펼쳐 본다. 그러면 조금씩 마음이 촉촉해진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등의 책은
작가의 말처럼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니 인문 교양서적들 코너도 종종
둘러보려고 한다.

글쓰기는 자기 정화, 나아가
자신의 심리치료,
더 나아가 자기를 확장한다고 말한다.
김옥란의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중에서
글쓰기가 자기 정화, 자신의 심리치료
효능이 있다는 건 블로그를 오래
운영해오면서 직접 느꼈다.
가끔 나만의 대나무밭이 필요할 때면
주저리주저리 이곳에 글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지곤 했으니까.
그리고 글쓰기로 나를 확장하는 일은
지금부터 경험해 봐야 할 부분인 듯하다.
아직 나의 글쓰기가 나를 확장하는
경지까지 닿지 않은 듯하니 더 읽고,
더 써봐야 할 것 같다.

자고로 행동하지 않으면 삶은 변하지 않는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책으로 읽은 것들은
몸소 실천하고, 직접 경험하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재밌는 삶을 영유하고,
계속해서 앞으로의 삶을 꿈꿀 수 있는 거다.
아는 만큼, 깨우친 만큼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
그저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삶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앎.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고 삶을 즐겁게
만드는 힘이다.

지난해 EIDF 다큐영화제와
DMZ 출품작들을 만나보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광화문 씨네큐브 말고도
예술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이대 후문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대어를 낚은 기분이었다.
나도 세브란스를 정기적으로 가야 하는 1인이기에
예술 영화를 만나러 한 번 들러봐야지.
이 책 덕분에 보물 같은 장소,
삶의 조미료 하나를 더 얻게 됐다.
무엇인가 손에서 놓지 않고 해낸 루틴은
본인을 인생 어느 시기든 르네상스로 이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옥란의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중에서
직업적인 책 읽기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책 읽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곁다리로 글쓰기도 나란히 함께.
그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때
내 삶이 의미 있고 재미있어진다.
김옥란의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
남들보다 잘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은
학창 시절에도,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반 백 살 전엔 확실히 알 수 있을까?
나도 재미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나만의 농막을 마련하고 하우스에서
좋아하는 꽃을 피우며, 자신만의
꽃다발을 만드는 꿈을 꾸는 작가.
그녀는 자신만의 꽃다발을 만들 즈음엔
아마도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 것 같다.
책을 덮을 즈음 덩달아 나도 10년 뒤,
20년 뒤에 나를 상상해 보게 됐다.
만 권의 책 읽기, 50개 꼭지의 글쓰기,
책 읽기 외에 또 다른 나만의 취미 만들기,
나의 카이로스 시간 찾기. 일단은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에 난 작가의
발자국에 가만히 내 발을 넣어
따라가보려고 한다. 그러다 내가 나아갈
방향이 보이면 그땐 뚜벅뚜벅 나만의
발걸음으로 나아가기로...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
덕분에 다시 힘을 내어본다.
왠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즐거운 하루가
펼쳐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