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점심시간 - 우리가 가장 열심이었던 날들
김선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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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점심시간'은 학생 12년,

교사 23년으로 인생의 절반 이상의 점심을

학교에서 먹은 교실생활자인

김선정 작가의 첫 에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선생님으로서의

교실생활자의 이야기와

아이의 입장에서의 교실생활자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교실생활자였으니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일까

싶지만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모두 거쳐왔지만

실은 잘 알지 못하는

교실에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실 나 역시 최근까지

특수형태의 교실생활자로

지내다보니 책 속의 이야기들이

때로는 공감으로

때로는 감동으로,

그리고 때로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나라는 존재를 넘어 세상의 법칙 속에

들어가 자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 사람들, 내가 학교에서 목격한

것들은 그런 것이다.


사실 학교 선생님이자 작가인 사람들은

이미 많이 존재 한다. 그러나 김선정 작가님의

글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이들을

어린 아이가 아니라 '어린 사람'으로 존중하는

그 마음이 좋았기 때문이다.


'맞춤법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글을 읽을 때엔

올해 초 내가 만났던 아이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맞춤법도, 구구단도 서툴지만 생각 만큼은

정말 참신했던 3학년 아이들.

이미 생각이 틀 속에 갖힌 고학년 아이들이

풍선을 액체인 물로 가득 채운 모습이라면

조금이라도 어린 아이들은 '후~' 불어 넣은

기체로 채운 풍선과도 같다고나 할까?

통통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풍선들 말이다.





오직 자기 자신으로

반짝반짝하던 존재들,

나만의 감각으로 충만하던 개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고

무탈히 자리를 잡게 하는 일.

사람은 나로서 충분한 시절,

내 감각이 주목받고

내 표현이 전부인 시절을

벗어나 나와 같이 빛나는 존재였을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김선정의 '너와 나의 점심시간' 중에서


이 문장들을 조금 일찍 만났더라면

학교는 왜 다녀야 하며, 공부는 왜 해야하냐던

그 녀석에게 좀 더 다르게 말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무기력증에 빠진 아이들에게 좀 더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교실 안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

초보 교사 시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십 년간

자신만의 길을 만든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아이의 부모로서의 입장에서 잠시 벗어나

한 교실에서 여러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과 의도를 정확히 모른 채로

행동할 때가 많다. 앞날에 대해 예견하는 것도,

경험에 비추어 다른 사람의 의도를 짐작하는 것도

서투르다. 같은 말과 행동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할 때도 많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되도록

좋게 해석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선정의 '너와 나의 점심시간' 중에서



만약 내가 내년에 또

교실생활자로 돌아간다면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 생길 때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작가님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좋은 의도를 읽어주는 지혜를

발휘해보리란 다짐도 해보면서.


너는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니며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더 좋은 방식으로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끝까지 믿어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선정의 '너와 나의 점심시간' 중에서


계속해서 엇나가고, 부딪히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쓰럽고 안타깝다.

올 한 해 새로운 시선의 교실생활자로서

표현은 거칠지만 마음은 정 반대였던 아이들,

아프다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마음으로 외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어주고,

또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해를 구해야할지 참 어렵고 답답했다.

나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런 아이들을

오래 제대로 품어줘야 하는

선생님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이었다.



사람은 혼자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무리 속에 있어야 할 때도 있고,

혼자이기 싫어서 애를 써도

외로울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김선정의 '너와 나의 점심시간' 중에서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딸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었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은 고정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작가의 말을 믿어보며

내년의 새로운 중학 생활이

아이에겐 좀 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와주길 바라본다.

코로나로 한참을 격리됐던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어렵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교실의 존재 가치,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각자만의 빛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함께 빛나는 존재가 되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며 길러내는 일,

한결 같이 그 일에 열심과 진심을 다했던

작가의 마음이 온전하게 와 닿아서

책을 덮으면서 어린 교실생활자였던

나의 과거에 선생님들이 한 분 한 분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인자하고, 따뜻했던 선생님도 계셨지만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었던 선생님도 계셨다.

평생에 우리 아이 만큼은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는데

그 분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겠거니,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나중에야 후회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용서하기로 했다.

선생님 역시 선생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



교실생활자로서의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어른 교실생활자들의 하루와 그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책, '너와 나의 점심시간'

이제 막 교실생활자 생활을 시작한

병아리 선생님들,

그리고 자녀의 초등 입학을 앞두고 설렘 반,

걱정 반인 저 먼 과거의

교실생활자였던 부모님들,

교실생활자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학교가기 싫다."란 말을 일삼는

선생님들,

교실생활자였던 추억을 되짚어 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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