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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태의 병아리 ㅣ 그래 책이야 35
김용세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12월
평점 :
'경태의 병아리'(작가 김용세, 출판 잇츠북어린이)는 먹는 것도 1등, 달리기도 1등,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것도 1등인 경태가 4학년에 올라가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다룬 동화이다.
누구라도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경태와 3년째 같은 반이 된 도준이는
경태와는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 경태와 엮이게 된다.
하루는 체육시간에 담임선생님, 친구들과 축구 시합을 한 도준이와 경태는 한 편이 되었으나
도준이가 공을 빼앗기고, 경태가 골키퍼로 골을 막지 못해 시합에 지게 됐다. 둘은 이 일로 주먹 다짐을 하게 되지만
학기초부터 담임선생님의 '자장면 먹기' 제안 때문에 경태는 도준이에게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한다.
자꾸 뾰족뾰족하기만 한 경태의 모습이 우리 아이와 한 반이었던 한 남자 아이를 떠올리게했다.
책읽어주기 봉사를 하면서 봐왔던 녀석인데 입도 거칠고, 마음도 삐뚤빼뚤했던 녀석은
행동도 거친 탓에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보면 아이들의 그런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만 그 이유를 쉽게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도 하지 않기에
그런 친구를 이해하기도 전에 싫어하기부터 하게 되지 않나 싶다.
이 동화를 통해 아이들도 그런 친구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에게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적어서 내라고 하신 선생님 말씀에 경태는 '병아리 키우기' 라고 적어서 제출을 한다.
가장 많이 적어서 낸 활동을 하기로 했던 경태네 반은 병아리 키우기를 하기로 했고, 아이들은 각자 유정란을 가져와서
부화기에 넣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유정란의 부화 정도를 확인하던 중,
경태가 직접 알을 들고 관찰하는데 승진이가 뒤에서 도준이를 미는 바람에 도준이가 경태를 밀어 알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일로 경태는 도준이에게 병아리가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도준이는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으나 그 일이 있은 후 더욱 경태의 눈치를 보게 된다.
축구가 좋지만 경태 때문에 빨리 전학을 갔으면 하는 도준이의 모습을 보며 한 편으로는 참 안스러웠다.
작가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교실의 아이들의 모습도, 심리도 참 생생하게 잘 그려낸 까닭에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동화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아이들의 생활을 다룬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평소 붙임성도 없고, 말이 없던 연지가 경태에게 다가와
가장 먼저 경태의 병아리가 난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묘하게 간질간질했다.
또 평소 거칠기만 하던 경태가 병아리 스무둥이를 통해 유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모습을 보며
생명 존중의 모습과 더불어 이해심도 커지는 아이의 변화가 참 감동적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하는 우리 둘째에게
병아리 부화를 시켜보면 어떨까? 잠시 고민도 되긴했으나
차마 끝까지 그 병아리를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아 쉽게 이야기를 꺼내진 못했다.
사실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병아리를 사와서 할머니께 괜한 야단을 맞았지만
나의 관심 반, 그리고 할머니의 정성 반으로 우리집 병아리는 닭이 되어 외가댁으로 보내졌다.
그 때는 밤새 삐약삐약 병아리가 삐약대도 위층, 아래층이 서로 이해하고 그러련히 넘어갔는데
지금은 아파트에서 병아리를 키운다면 매일 민원에 시달릴게 분명하다.
어쨌거나 그 때 노랗고 작고 따뜻했던 내 손 위의 병아리의 존재가
지금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되고 있기에 아이에게 그런 경험을 물려주지 못함이 미안할 따름이다.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스무둥이를 항상 안스럽고 동생처럼 보살피던 경태는 체육시간 축구 시합을 하다가
그만 도준이의 다리에 부상을 입히고 만다. 그 일로 도준이는 수술을 해야만 했고,
다시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태는 도준이의 빈자리가 늘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수술과 갑작스러운 전학으로 인사도 못하고 떠난 도준이의 소식을 들은 경태는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못했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무럭무럭 잘 자란 도준이의 병아리, 멕스와 경태의 스무둥이가 낳은 알과 병아리들 사진을
도준이에게 문자로 보내며 미안하다는 말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며칠 뒤 도준이가 경태 앞에 나타나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면 책 읽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뒷 이야기는 비밀로 남겨둔다.
노란 병아리를 통해 생명의 귀함과 친구들 사이의 우정,
그리고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 '경태의 병아리'
마음이 뾰족한 아이들, 그리고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경태를 만난다면
분명히 조금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또 마음의 키도 한 뼘 더 자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