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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세는 날 ㅣ 개암 그림책 13
제성은 지음, 릴리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눈썹 세는 날>(제성은 글,릴리아 그림,개암나무 펴냄)은 세밑의 우리 세시풍속을 달나라 옥토끼와 결합하여 이야기로 만들어내 창작 그림책이다.
혹여 글을 막 읽기 시작한 아이라면 '눈썹 세는 날'을 '눈썹을 세는 날'로 받아들이고
고개를 갸우뚱할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그림을 보고 하얗고 커다란 토끼에게 안겨 잠이든 남매를 보며
그게 아닌데 깨닫게 될 것이다. 까만 밤하늘에 잠이 든 아이들을 보면 뭔가 잠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이
짐작이 되는데 왜 '눈썹을 세는 날'일까? 질문을 하며 아이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호기심으로 아이는 이야기에 더 집중을 하게 되지 않을까?
표지를 열어 면지를 보면 12월 달력이 있고
반대편에는 방의 불을 끄려는 듯한 손이 그려져 있다.
달력 곳곳에는 나름 중요한 날들이 메모가 되어 있는데
그 중 21일에는 빨간 토끼 모양이 그려져 있고
'눈썹 세는 날!!' 이라고 큰 글씨로 느낌표도 두 개나 달아 적어 놓았다.
그런 걸 보면 정말 중요한 날인 듯 한데 왜 불을 끄는 손과 함께 그려 놓았을까?
아마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이 그림을 보기도 전에 정답을 맞출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우리 할머니도 매년 12월 마지막 날은 '눈썹 세는 날'이라고 말씀을 하셨으니까.
주인공인 가온이와 라온이는 '누가누가 안 자나' 내기를 하고 있다.
먼저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세고, 그려면 지는 거라며 쏙닥이는 아이들.
12월 마지막 날은 그런 날이다. 일찍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세는 날.
그런데 왜 그럴까? 이 쯤되면 아이들은 왜?왜?왜? 질문을 던질텐데...
따라서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보는 부모라면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하겠다.
아니면 함께 그 이유에 대해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밑, 섣달 그믐날.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날 밤에
방, 마루, 부엌 등 온 집안에 불을 밝게 하고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섣달 중의 경신일(庚申日)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는
도교 장생법의 하나인 경신수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실 나도 눈썹 세는 날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 풍습이 도교 장생법에서 온 것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도교에서는 사람 몸에 삼시충이 살고 있는데 이 삼시충은 60에 한 번씩 밤에 나와
옥황상제에게 이 사람의 죄를 고해바치고 옥황상제는 그 죄에 따라 그 사람의 수명을 줄였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이를 막고, 장수하기 위해 사람들이 잠을 자지 않는 풍습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운 지식을 풀어가며 딸 아이에게도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데 이런 세밑 풍습을 작가는 달나라 옥토끼와 결합을 시켰다.
이불 장난을 하며 서로 내기에서 지지 않으려는 가온이와 라온이의 방문을 두드리며 나타난 옥토끼는
집을 잃어버렸다며 잠시 쉬어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가온이와 라온이는 잠을 자지 않아도 되니
도와주겠다고 하고,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 옥토끼의 표정이 전혀 반갑거나, 고마운 표정이 아니다.
그림을 보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
작가를 다시 보니 릴리아. <파랑오리>의 작가이다.
라온이도, 가온이도, 그리고 옥토끼의 눈도 <파랑오리>의 오리와 닮았다.
그래서 이 책의 느낌이 더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가온이와 라온이의 반응에 당황한 옥토끼는 둘의 누가누가안자나 내기의 심판을 자청한다.
'호랑이와 나무꾼의 내기'에서 심판을 보았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옥토끼는 두 아이들에게 달리기 내기를 시키는가 하면 둘을 안고 토닥토닥 토닥여줘보기도 하고,
흔들흔들 흔들어주기도 하고, 별을 따다가 오르골로 자장가를 들려줘보지만
두 아이는 잘 생각이 없다.
그러다 '자'가 들어간 낱말들을 이어보기 내기를 시킨다.
그리고 어느새 잠이 든 아이들.
과연 누가 먼저 잠이 들었을까?
이 내기에서 가온이와 라온이, 누가 이겼을까?
그리고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옥토끼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옥토끼는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려서 가온이와 라온이네 집에 온 것일지?
궁금하다면 그림책 <눈썹 세는 날>을 직접 만나보길 추천한다.
밤의 길이가 확연하게 길어진 겨울 밤,
12월의 끝을 향해 가는 어느 날에
배게를 나란히 놓고 아이와 함께 누워
<눈썹 세는 날> 이 책을 읽다보면
분명히 이 겨울을, 그리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힘이 되는 따스함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 이 포스팅은 개암나무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