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설들이 실려있다.
한 편 한 편이 모두 주옥같다.
이범선 선생님의 <표구된 휴지>는 객지에 있는 아들을 걱정하는 고향에 남겨진 아버지의 화롯불 같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어눌한 편지글만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아버지의 언문 편지를 한장에 이어 쓰지 않은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돋보인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신경숙 선생님의 <모여 있는 불빛>은 우리들의 삶은 물론 작가로서의 소명과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주인공 '그녀'의 고모님처럼 어떻게 해야 '고달픈 인간 생활을 피하지 않은 사람답게 당당하게 늙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에 실려 있는 박완서 선생님의 <그 여자네 집>은 예전에 읽었을 때와 사뭇 달랐다. 우리말을 배우지 못하고 작가가 된 세대건만 박완서 선생님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그 분만의 특별한 법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다. 나는 아쉽게도 서울서 나고 자라 만득이와 곱단이처럼 아름다운 고향을 갖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고향이 내마음속에 들어와 내가 거기서 살았던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 아픔까지도 아름다운 마을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고 있다. '당한 자의 한'과 '면한 자의 분노'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