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절이 보내는 애틋한 안부... 성해나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은 지나간 시간과 그 안에 두고 온 인연들을 잔잔하게 반추하게 만드는 작품이다.이야기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시작된다. 열아홉 기하와 열한 살 재하는 갑작스럽게 한 울타리 안에 묶이며 형제가 된다. 진짜 가족도 아니면서 가족인 척 애써 적응해 보려는 부모님의 모습에 반발해 마음을 닫아버린 기하,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도 형과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어린 재하의 모습은 서툴고 애틋한 관계의 단면을 섬세하게 보여준다."헤어진 이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번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 책 속의 이 문장처럼,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인연 중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기하와 재하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보낸 그 여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지나간 인연과 상처의 모습을 닮아 있다.윤성희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성해나 작가의 문장은 정확하고 예민하면서도 잔잔한 힘을 지니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덤덤하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나만의 '두고 온 여름'이 떠오른다. 서툴렀기에 아팠고, 미완성이었기에 더욱 짙은 여운으로 남은 그 시절의 기억들 말이다.다시 만난다면 과연 우리는 닿을 수 있을까. 소설은 지나간 시간을 무작정 그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지금의 우리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넨다.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지 못했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계절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깊고 단정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