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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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이 보내는 애틋한 안부... 성해나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은 지나간 시간과 그 안에 두고 온 인연들을 잔잔하게 반추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시작된다. 열아홉 기하와 열한 살 재하는 갑작스럽게 한 울타리 안에 묶이며 형제가 된다. 진짜 가족도 아니면서 가족인 척 애써 적응해 보려는 부모님의 모습에 반발해 마음을 닫아버린 기하,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도 형과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어린 재하의 모습은 서툴고 애틋한 관계의 단면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헤어진 이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번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 책 속의 이 문장처럼,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인연 중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기하와 재하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보낸 그 여름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지나간 인연과 상처의 모습을 닮아 있다.

​윤성희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성해나 작가의 문장은 정확하고 예민하면서도 잔잔한 힘을 지니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덤덤하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나만의 '두고 온 여름'이 떠오른다. 서툴렀기에 아팠고, 미완성이었기에 더욱 짙은 여운으로 남은 그 시절의 기억들 말이다.

​다시 만난다면 과연 우리는 닿을 수 있을까. 소설은 지나간 시간을 무작정 그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지금의 우리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넨다.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지 못했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계절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깊고 단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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