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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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작가의 작품들은 언제나 마냥 밝지만은 않은, 그러나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시린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전작들에 이어 이번 '약속의 세대' 역시 위태로운 울타리 안팎에서 서로를 붙잡아주며 버텨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흔히 말하는 모범적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을 조명한다. 작품 속 아이들은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안고 위태롭게 살아간다.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거창한 계약이나 동맹이 아니다. 그저 서로의 아픔을 알아채는 눈빛, 그리고 미숙하지만 서로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작가는 이 약속이라는 단어를 통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완전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하고 연대해 나가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이 먹먹했던 부분은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였다. 작품 속 세상은 아이들에게 그리 다정하지 않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통제하려 들거나, 혹은 귀찮은 골칫덩이로 여기며 방임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세상이 그들을 손가락질할 때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애틋함을 넘어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의 연대를 무조건 아름답게만 포장하지 않는다. 미성숙한 이들의 약속은 때로 오해를 낳고, 서로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 자체가 성장의 통과의례임을 소설은 말해준다. 완벽하지 않은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고 깨지며, 타인을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를 배워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성장'의 서사다.

​제목인 '약속의 세대'는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무책임하게 남긴 약속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만의 새로운 약속 통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들어갈 세대이기도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과연 이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그들이 내미는 손을 기꺼이 잡아줄 수 있는 어른. 이 위태로운 세대에게 무거운 짐만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위로가 필요한 청소년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어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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