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스는 SF 장르의 동화입니다. 흔히 미래를 그리는 SF의 경우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게 많고 주제의식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가 많은데 핑스는 재이의 모험을 조마조마해 하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끝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외계인과 스스럼없이 왕래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의 사고에서 조금 더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주인공 재이는 냉동캡슐에 들어있는 동생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나쁜 무리들의 비행선에 탑승하면서 모험이 시작됩니다. 물론 모험을 위해 일부러 탑승한 게 아니라 그들이 동생을 납치하는 줄 알고 탑승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납치한 아이는 푸엉인 론타였던 것입니다. 신비의 새인 핑스를 잡는데 론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등장인물이 외계인의 모습이고 공간적 배경이 우주일 뿐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욕심을 현재의 인간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돈 되는 일이라면 한 개체를 멸망시켜도 상관없다는 스헬 일당, 도덕관념은 애초에 버려두고 돈을 좇는 레드빈, 남의 일일 때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다가 막상 내 일이 되니 비겁해지는 재이까지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만약 재이가 핑스를 구하기 위해 처음부터 도덕군자처럼 행동했다면 이야기는 밋밋하게 느껴졌을것입니다. 왜냐하면 대개의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괜찮은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은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핑스 알을 얻은 재이는 그 순간 민이를 생각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핑스라는 존재 자체와 그 무리의 미래를 생각해서 자기의 욕심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민이를 구할 수 있는 핑스의 눈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스헬이 재이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아들을 구하는데 핑스를 희생시켰을 것입니다. 이것이 재이와 스헬, 즉 괜찮은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차이입니다. 핑스 알을 본 순간 스헬과 자신의 모습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옳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런 게 바로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우주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체로 알려진 신비의 새라는 핑스를 보면 도도새가 연상되기도 하고 상상의 새인 주작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핑스의 피로 만들었다는 신비의 치료제인 암브로시아는 고대 그리스 신들이 먹었다는 음식에서 따 온 이름입니다. 읽으면서 다양한 이야기와 신화가 연상되었고 그동안 보았던 SF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스토리킹 수상작 대개가 후속작이 나오던데 이 이야기도 마지막에 다음 모험을 떠날 것을 암시하고 끝나게 됩니다. 어린이들의 시야를 우주로 넓힌 이야기에 아이들이 얼마나 열광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