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연인
다이라 아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글램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남녀의 심리를 리듬감 넘치는 문체로 경쾌하게 표현한〈B급 연인〉을 비롯해, 짝사랑하던 남자의 사랑을 얻지는 못하지만 인생의 친구를 만나는〈짧은 동거〉, ‘사랑해’가 입버릇인 자전거 가게 주인 노부토모의 이야기〈고백의 달인〉등 7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작가 다이라 아즈코는 마흔여섯 나이에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영화 ‘멋진 하루’로 국내에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이다. 유머 넘치는 7편의 작품 모두에서 그녀다운 내공이 느껴진다.

 〈B급 연인〉의 나나즈카 지로는 외모도 보통에다 돈도 권력도 없지만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자신이 잘 나간다고 믿고 있는 미혼 남성의 솔직한 속내인 만큼 읽는 맛이 있다. 여류 작가이지만 연애에 대한 남성 심리를 그리는 기술이 뛰어나다. 2,30대 여성들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백의 달인〉은 ‘사랑해’가 입버릇인 자전거 가게주인인 노부토모와 결혼한 지 23년이 되는 부인 오유키, 점원 청년, 청년이 짝사랑하는 여자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50대라는 분기점에 서 있는 노부토모의 건투를 빈다.

  또 마지막 단편〈Thanks for the memory〉도 좋다. 20세에 결혼해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시아버지를 돌보게 된 앗짱. 2년간 돌보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이것저것 주문만 많은 잔소리꾼 시누이 히토미와의 신경전을 그렸다. 마지막 히토미를 향한 승리 선언이 시원하다.

그 외 다른 단편도 유쾌하다. 비주류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이 많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을 찾고 사랑하는 모습이 인간답다.

  이 책에는 평범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콤플렉스투성이인 남자에게 빠지는 여교사도, 출렁거리는 뱃살을 아랑곳하지 않고 열창하는 중년 뮤지션도 옆에서 보면 묵직하게 아프다. 그래도 그들은 현실적으로 변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좋다’는 결의가 진하게 전해져 온다. 이와 같이 정도에서 조금 벗어난 다양한 ‘사람’과 ‘사랑’의 모습을 리듬감 넘치는 문체로 유머스럽게 그린다. 또 아슬아슬함을 자유롭게 컨트롤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도 매력적이며 대화문을 잘 살린 번역도 맛깔스럽다.

  어느 골목길엔가 지금도 살고 있을 법한 주인공들, 이들의 이야기를 리듬감 넘치는 문체가 받쳐주어 32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주위에 권하고 싶은 상쾌한 단편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