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책에 푹 빠져 제인에어가 되고 테스가 된 적이 있다. 갖은 고난을 겪은 여주인공들을 보며 삶은 참 힘들지만 버티고 또 버티면 또 살아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한동안 이런 느낌을 잊고 살다가 세월이 흐르고 결혼을하고 어느덧 엄마가 되었다. 책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졌고 난 책보다 핸드폰과 마트전단지를 더 열심히 보는 사람이 되었다.이러던 차에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만났다결론은너무 재밌다. 왜 재미있냐면 읽는 순간엔 일상을 생각하지 않았다. 내 일상은 우아하지 않고 다소 자신없고 추잡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내 정신과 마음은 우아해졌다. 소공녀 세라, 빨강머리앤, 말괄량이 삐삐, 빙점의 요코 등 친숙한 책 속 인물들을 40대의 조금 나이든 언니가 되어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다. 희미해진 기억력을 복원하며 줄거리를 곱씹는 재미가 솔솔하다. 동갑인 작가의적재적소의 해석과 소소한 질문들이 참 재미있다. 연락이 끊겨 영영 못보는 친구가 돼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당시 또래친구들이 다시 연락해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 나와 내 친구의 어린 시절, 응원하고픈 누군가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특히 빨강머리앤 번역가님을 만난 일화는 참 기억에 남았다. 나이를 초월해 작품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며 맘이 풍성해지는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들이 참 보기 좋았다. 이토록 책은 사람과 사람을 깊고 의미있게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 책을 읽고 강렬하게 세라, 앤, 요코를 다시 읽으며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우아해지기는 어렵지만 책을 통해 우아하고 강렬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독서광들에게 추천하고 싶다.